거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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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뉴스
  • 박세웅 교도
  • 승인 2019.02.21 21:02
  • 호수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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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35

필자의 기억에 초등학교 시절 가장 충격적인 거짓말은 '홍콩할매' 이야기였다. 1990년대 동심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 괴담은 메인뉴스에도 소개될 만큼 유행했었다. 일본 속담에 “거짓도 백번 우기면 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당시 아이들은 의심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마치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었다. 필자도 그중 한 아이였다.

 

요즘 신문방송을 보면 위에서는 아래를 속이고, 아래에서는 위를 속이며, 생산자는 소비자를 속이고, 강자는 약자를 속이고, 행정은 국민을 속이고, 사법에서는 사실을 속이고 나아가 위장·과장·왜곡까지 난무해 진실은 점점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우리 교단 안에도 거짓뉴스는 존재한다. 안타까운 것은 거짓뉴스의 존재가 아니라 이를 그저 사실이라 믿고 가벼이 휩쓸려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데 있다. 어쩌면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거짓을 믿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신개벽의 깃발을 높이 든 우리는 과연 이대로 내버려 둬도 되는 것일까?

 

공자가 진나라로 가던 도중에 양식이 떨어져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이 있다. 제자 안연이 가까스로 쌀을 구해 와 밥을 지었다. 밥 냄새가 솔솔 나자 공자는 밥이 다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안연은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고 곧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안연이 밥이 다 되었다고 하자 공자가 말씀한다. “안연아!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밥을 몰래 먹은 제자를 뉘우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 말을 들은 안연은 곧장 무릎을 꿇고 말한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연 순간, 천장에서 흙덩어리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안연을 잠시나마 의심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후 다른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예전에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너희는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이후 공자는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 낸 거짓에조차 속지 않기 위해서 더욱 철저히 진실을 추구한다.

 

정산종사는 후천개벽시대에 새로운 큰 도운(道運)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씀하며 “새 도운은 진실한 법이 주장하는 운수로써 어느 방면으로든지 허망하고 거짓됨이 드러나는 이는 자연히 세상에 서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이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회복할 수 있을까?

 

좌산상사는 이 사회에 진실의 실종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우리의 삶 모두가 철저히 일원상의 진리에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함을 역설한다. 그렇게 돼야 사람을 속이지 않고 진리를 속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은 거짓이 사라지고 진실과 진리가 충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진리 실상에 맥을 대고 살면 독방에 홀로 있으면서 마음을 속여도 진리의 눈은 훤히 보고 알고 있는 '공적영지의 실상'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차마 거짓을 범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인류가 진리에 맥을 대고 살게 함으로써 진실과 진리가 충만한 세상이 되게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교단의 영원한 화두인 정신개벽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꿈에서라도 거짓을 범했거든 통탄하라.”(도산 안창호)

 

 

박세웅(성호) HK교수 /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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