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랜드마크, 중구교당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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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랜드마크, 중구교당 ②
  • 정지수 객원기자
  • 승인 2019.02.21 21:02
  • 호수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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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울교화지형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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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는 중구교당 4층에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자리를 잡았다. 교단 시민단체를 품어 안았다는 것은 교당이 지역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증거다. 이로써 교도뿐만 아니라 이웃 종교인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교당을 드나들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성동교당 역시 중구교당 소법당에서 정식으로 법회를 보기 시작했다. “교당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원불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 같은 형제자매인 것 같습니다. 한 식구라는 게 실감이 나네요.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타리를 없앰으로써 한 울타리가 되었으니, 성동교당의 김정상 교도회장이 중구교당 교도들에게 건넸던 인사말이 유독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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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 무인 카페,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시엘 무인 카페(Ciel cafe&study)

중구교당 건물 앞의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지척에 보이는 남산서울타워. 하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곳이 있으니 바로 동국대학교다. 교당에서 캠퍼스 내로 진입하기까지 겨우 5분여. 근방에 크고 작은 카페가 늘어나는 연유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이 아기자기한 카페들 사이에서 중구교당의 생존 전략은 1층의 시엘 무인 카페다.

커피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자판기, 그리고 시간제로 운영되는 스터디 카페까지.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관리가 수월하고, 개인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손님들의 시대적 요구가 잘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의 안정적인 임대수익 대신 무인 스터디 카페를 선택한 것은 모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변화의 욕구를 가지고 있던 교도들은 새로운 교화 형태를 수용하고 두 마음 없이 합심했다는데…. 이 정성 덕분인지 카페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시엘 무인 카페는 전단지 등으로 적극적인 광고를 하기보단, 동국대 홈페이지에만 카페의 존재를 알렸는데 입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장소'라는 감성적 접근이 통한 덕분일까? 카페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단골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단다. 특히 스터디 카페의 인기가 워낙 좋다 보니, 지하에 임대를 내준 공간도 추후 10인용, 20인용 스터디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 교무는 “여기 앉아 있으면 자주 오는 분과 인사를 하게 된다”며 웃는다. 마침 오늘도 한쪽에 단골손님이 와있는 참이다. 동국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이나, 스터디를 하러 오는 연인 등, 다양한 손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듣는 질문이 있다. “여긴 누가 운영해요?” 물 흐르듯 원불교를 알리는 수순이다.

카페가 생겨서 좋은 게 어디 지역주민들뿐일까? 법회가 끝난 후, 점심을 먹은 교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카페에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지역에 우뚝 서 있는 존재감만으로도 교도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는 교당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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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와 연계한 청소년교화

동국대학교 원불교 학생회(이하 동원회) 역시 중구교당에서 법회를 보며 서로 간의 법정을 다지고 있다. 이의성 부교무와 동원회 회원들은 원불교 홍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활동을 기획 중이다.

또한 중구교당은 청소년교화에 대한 의지 역시 출중하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다가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것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 중이라는데…. 청소년 교화를 1순위로 여긴다는 김 교도회장은 청소년들이 다가오게 만들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아이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데 마음공부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청소년교화가 한 번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에요. 우리가 서서히 보여줘야 할 부분이죠. 그래서 밴드 페스티벌을 여는 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장을 만들어 주려고 기획 중이에요.”

이런 와중에 성동교당과 중구교당의 학생법회가 공동 교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부교무도 “교당 자체가 북적북적하고 사람이 많아야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생각해요. 성동교당이나 저희에게는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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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카페 1일 이용시간과 이용방법은 모니터에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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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그것에 적합한 사양의 하드웨어를 먼저 구축해놓아야 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거리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멋진 외관을 만들어 냈으니, 이젠 그 속을 더욱 알차게 채워 나갈 차례. 교당을 찾는 교도들이 즐거우니 교당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할 기운을 얻게 되었다. “하려고 하니까 기운이 모아진 것 같아요. 이게 첫 단추고, 앞으로 교화대불공에 힘써야죠.”

충무로라는 지리적 이점과 출·재가 교도들의 발심이 부딪치며 내는 불꽃이, 거리에 우뚝 선 일원상의 빛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취재=정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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