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에 내달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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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에 내달리는 길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3.06 06:01
  • 호수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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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33

원불교학과 진학캠프 때 만났던 학생들을 우연히 총부 성탑 근처에서 만나게 됐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종법사가 잠시 후 성탑으로 와서 교도들과 사진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학생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을 번쩍 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멀리서 종법사가 보이자마자 그 학생은 말릴 틈도 없이 종법사를 향해 뛰어갔다. 큰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이 꼭 출가를 하겠다 말씀드리고 사진촬영도 함께했다. 그 학생은 종법사를 향해 내내 눈을 떼지 않았고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 학생을 보면서 필자는 문득 안연과 정산의 일화를 떠올리게 됐다.

양호라는 사람은 일찍이 광(匡) 땅에서 포악한 짓을 했는데 공자의 생김새가 양호와 비슷했기 때문에 광 땅 사람들이 착각해 공자를 위협했다. 이에 공자는 그곳에서 경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안연이 그 무리에서 뒤처져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안연을 보자마자 공자는 “나는 네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에 안연은 “스승님께서 살아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라고 대답한다.(<논어>, '선진', 子畏於匡하실새 顔淵後러니 子曰 吾以女爲死矣로라 曰 子在어시니 回何敢死리잇가)

우리는 여기서 공자를 향한 안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안연은 스승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거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승을 향한 그 길을 한걸음에 내달렸을 것이다.

정산은 대종사가 변산에 온 이후로도 석두암이 준공될 때까지 2년 동안 월명암에 머물렀다. 대종사가 머물던 실상초당과 월명암까지의 거리는 4km 남짓이다. 정산은 일주일이나 열흘 간격으로 밤중에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스승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정산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깊은 밤중에도 걸음을 옮겼다 하면 대종사님 계신 초당에 이르고, 발을 들었다 하면 월명암에 갔었다. 그때 힘이 더 뭉쳐진 것 같다.”

정산이 대종사가 머문 초당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걸음뿐이었다. 안연이 공자에게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것도, 그 학생이 종법사에게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것도 단지 한걸음뿐이었다.

어떻게 그 한걸음이면 충분했을까? 그 해답은 아마도 스승과의 심심상련(心心相連)에 있을 것이다. 스승을 향해 두 마음이 없으니 한걸음이면 충분하다. 내가 가면 스승님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가는 길이 험난해서 다치지는 않을까? 스승님 찾아뵙고 할 말도 없는데 가서 뭐할까? 괜히 찾아갔다가 혼나지는 않을까? 스승님이 나의 세정을 생각하고 걱정해줄까? 등등 모든 분별사량을 놓고 우리 스승 이외에 더 큰 스승이 없다는 둘 아닌 마음으로 스승에게 접붙인 것이다.

대산종사는 심심상련에 대해 “정사(正師) 이상을 심심상련의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사 이상은 대종사님과 두 분이 아니다. 그 마음과 그 마음이 서로 이어져서 맥이 하나이며 불불계세(佛佛繼世) 성성상전(聖聖相傳)하는 것이다. 큰 공부와 큰 사업을 할 때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도 심심상련을 하고 못하는 데에 있다”고 말씀한다.

또한 심심상련 하기 위해서는 밖으로는 스승들의 경륜과 역사를 알아야 하며 안으로는 자기 스스로가 인(仁)을 소유해야 스승의 기연을 연(連)할 수 있으며 이 인을 소유하는 것이 곧 도덕부활이라고 당부한다.

오늘날 교단에서는 정산이 대종사를 만나기 위해 다니던 그 산길을 '정산로(鼎山路)'라 부르고 해마다 추모의 순례를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마음 가운데 각자의 법명을 붙인 길 하나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스승을 향해 한걸음에 내달리는 그 마음 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교단의 정법정맥은 일생과 영생을 통해 유유히 흘러갈 것이다.

“세웅로(世雄路), 스승을 향해 한걸음에 내달리는 길”

[포맷변환]박세웅 교수.jpg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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