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걸음걸음이 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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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걸음걸음이 나를 일으켰다
  • 황상원 교무
  • 승인 2019.03.06 06:04
  • 호수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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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원 교무의 글로벌 스피크 아웃

우리의 혁신은 무엇을 전제로 해야 하며, 평화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 주최로 하여 평화를 살려내는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2월 하와이에서 오바마 후원재단에서도 동아시아 지도자 프로그램(Asia-Pacific Leaders Program)을 오픈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젊은 지도자들을 매해 배출하겠다는 모임이 이뤄졌다. 향후 세상을 변화시킬 뜻을 가진 청년들에게 더 많은 투자가 되리라 예상된다.

글로벌 청소년 모임(One Young World) 등에서도 세계의 청년들이 서로 만나 갈등을 해소하고 세상이 직면한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의 요구에 따라,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의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의지와 실천력이 필수요건으로 대두될 것이다.

끊임없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변화를 꿈꾸는 지도자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몇십 번 사업에 실패하고, 마지막 온라인 어학공부 사업으로 대박을 낸 한 청년의 강의는 그야말로 눈물 어린 감동이었다. 그런 면에서 '일원상 서원문'의 유상과 무상의 이치를 알아 여여한 마음으로 수시로 변화하는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지도인의 요건이란 생각이 든다.

상인이 물건을 잘 팔려면 손님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나도 손님의 특성을 잘 몰라서 실패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처음 워싱턴 인근에 위치한 메릴랜드 대학생들에게 선방(meditation club)을 열 때가 그랬다. 감로교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시작한 현지인 대학선방은 마치 맨땅 파기와 같았다. 우리의 계획과 실험정신(Lab)은 멋졌지만 과정은 고통과 고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약 7명의 기독교 한국청년들에게 마음공부하는 법을 알려준다며 지속적으로 선방에 데려왔던 존 윤, 그리고 현직 교수인 교도님이 희망이었다.

한번은 학생모집 이벤트를 계획했다. 멋진 도서관 9층에 장소를 예약하고 원다르마센터 교무도 초청강사로 모시고 학생들, 교수진과 학교 스태프들도 초청했다. 하지만 선방 이벤트는 그야말로 낭패였다. 약속한 도서관 사서들, 스태프, 교수들, 몇 명의 학생들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자책감이 앞을 가렸다. 어느 생물학과 교수와 한국 절에서 수행을 해봤다는 크리스라는 학생만이 선방에 찾아왔다.

어느 날은 현지인 학생 중 한 명이 음주운전으로 법원 재판을 받게 돼 그곳까지 그 청년을 만나러 간 적도 있었다. 그 청년은 가끔 나에게 거짓말을 시켜서 알면서도 속기도 하고, 정말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을 겪게 했다. 약 4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청년들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놀랍게도 선방에는 현지인 학생들로 메워졌고, 3~4년째는 청년들을 교당에 초청해 1일 훈련도 가지게 됐다. 최초 시작은 너무나 미약하였으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선방을 지킨 교도들과 워싱턴교당의 후원으로 지금은 매일매일 학생들 주최로 선방이 이뤄지고 있다. 메릴랜드 현지인 청년들의 활보는 이소성대의 결과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고통의 감동이었다. 강남교당 박오진 교도회장의 후원으로 원다르마센터에 청년훈련을 보내면서 선방은 더욱 탄력을 받았고, 훈련 다녀온 학생들은 다른 이들에게 보감이 됐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평화를 위한 혁신은 과연 무엇을 전제로 시작해야 할까?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이고, 성공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비록 작은 걸음일지라도 우리의 모든 움직임은, 이소성대의 정신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고 또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메릴랜드대학 선방의 첫 공도자, 존 윤(John Yoon)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 공로를 치하하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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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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