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潛龍의 후손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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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潛龍의 후손들이여, 일어나라!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3.29 11:39
  • 호수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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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37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 3월1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해 대한민국 전국에서 일어난 민족해방운동을 기미독립운동이라고 한다. 대종사는 당시의 시국에 대해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 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드리자”고 말씀한다. 그리고 1919년 8월20일 영광에서 생사를 초월한 9인 제자들의 지극한 기도정성이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으로 나타나 법인성사를 이루게 된다. 이후 대종사는 영산을 떠나 변산으로 거처를 옮겨 원불교 만대의 교법을 제정했다. 대종사는 왜 당시의 민족지도자들처럼 직접 독립운동에 참가하지 않고 기도를 하고 교법을 제정했을까? 혹자는 이를 두고 원불교의 독립운동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주역(周易)>의 건괘(乾卦) 초구(初九)에는 “초구는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初九, 潛龍勿用)는 효사(爻辭)가 있다. 이 뜻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잠룡(潛龍)이란 용의 덕을 가지고 숨어 있는 자이다. 세상을 바꾸지 않고 이름을 내지 않으며, 세상을 벗어나도 고민하지 않고 옳다고 인정받지 못해도 고민하지 않으며, 즐거우면 행하고 걱정되면 그만둔다. 확고해 그 뜻을 바꿀 수 없으니 잠겨 있는 용의 도리이다.”(<문언전>) 잠긴다는 말은 숨어서 아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행하더라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자는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립운동을 위해 때로는 생명을 걸고 무기를 들며 전면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종사는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마치 공자가 말씀한 건괘의 잠룡처럼 말이다. 그것은 이름 하여 우리 동포만이 아닌 전 인류와 전 생령을 건지고자 했던 ‘정신개벽 프로젝트’였다. 이에 대해 대산종사는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고 정하여도 분별이 절도에 맞다’는 말의 뜻을 해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이는 세상을 위해 일할 때는 착 없이 하고, 정할 때는 도를 품고 숨어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니라. 대종사께서도 대각하신 후 변산에 가시어 교법을 제정하신 것은 태평양의 많은 고기를 맨손으로 잡지 않고 뒤로 물러나 그물을 짜신 것과 같으니라.”

대종사는 이와 같이 더 큰 포부와 경륜으로 당시에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힘을 축적해 장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대종사 스스로는 “나는 평생 끼니 하나 덜 재주가 없다”고 말씀했다고 한다. 대산종사는 “이 말씀은 당신이 큰 포부를 가지고 계셨기에, 작은 일에는 승부를 가리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시다. 대종사께서 그와 같이 작은 일에 다투지 아니 하시고 평범하시므로 평생 칭찬을 받으신 일이 없으셨다. 결국 큰일을 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도 않고 관심 갖지도 않는다”고 말씀하며 작은 명예에 초연하여 섣불리 조동(早動)하지 않은 대종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들은 100년 전 그날과 같은 거국적인 촛불운동을 목도했다. 우리는 그때 무엇을 했을까? 아니 우리는 그때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땅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 정산종사는 지금은 도덕가의 준비기니 바쁘게 준비하라고 당부하며 “집을 짓는데 터를 닦고 목수 일을 하며 그 다음에 토수 일과 도배를 한 후 집주인이 들어가 살게 되는 것같이 지금 좌우당은 터를 닦고 이후 정부는 목수 일을 하고 그 후 도덕은 토수 일과 도배를 해 완전한 좋은 국가를 이룩하리라.”라고 전망하였다.

이제 잠룡의 시절을 벗어나 그 후손들은 사 오백년 결복(結福) 교운을 활짝 열어 일원대도가 온 세계에 편만하여 일체생령의 한 가지 귀의하는 바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모두 일어나 그날의 함성으로 교화의 선봉에 힘차게 나서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만세! 원불교 만세! 일체생령 만세!”

[03월29일자]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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