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이어짐, 그리고 가슴 찢어질 듯한 고통
상태바
평화와 이어짐, 그리고 가슴 찢어질 듯한 고통
  • 황상원 교무
  • 승인 2019.04.10 10:36
  • 호수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상원 교무의 글로벌 스피크 아웃

내가 잠들어 꿈도 없는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누군가는 지구 한편에서,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가슴을 애태우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가 행복하게 밥 먹으며 즐겁게 여행 다니는 사이, 누군가는 네팔의 2만 명의 여성들에게 하나라도 굶주림을 면하게 하려고 모임을 만들고, 강간 등의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이런 이야기를 얼마나 인식하고 살아갈까? 어느 날 세계의 어린 여학생을 옹호하는 이들의 모임에 참여하면서 든 감상이다. 오늘 하루 살기도 바쁘고, 현재 내 삶도 고단한데 지구 한편의 사람들을 생각할 시간이 얼마나 있어?

물질문명의 발달을 따라 예전엔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들이, 정보화의 효력으로 더욱더 긴밀해지고 부각되는지도 모른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총기사고로 이슬람 사원에서 무자비한 죽임을 당한 49명의 큰 참사는 전 세계에 종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대량학살이 터지자마자 싱가포르 정부에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 샌프란시스코 종교연합의 편지, 영국 여왕의 메시지, 호주 총리의 메시지, 뉴질랜드 멀리서 사는 마오리 원주민들의 위로의 노래까지 위로와 꽃다발이 끊이지 않았다. 저 세상 멀리 한 켠에서 일어났지만, 우리는 함께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큰 참사에, 뉴욕 인근에 사는 원불교 어린이 학생들도 위로와 슬픔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존경하고 친애하는 희생자 가족들, 친구들과 이슬람 단체연합께! 이번에 당한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얼마나 어려우시겠습니까, 앞으로 이러한 슬픔의 재앙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이 계기로 우리는 새로이 일어서야 합니다.(중략) 멀리서나마 깊은 위로를 보내고 가족들이 힘내시길 염원하며…”라는 학생들의 메시지는 결코 이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하나의 마음, 하나의 가족이 된 목소리였다.

이미 이 세상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하나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강원도 일원에서 일어난 산불 화재가 그날 미국 공용라디오(NPR)에 순식간에 방송을 타고 나와, 방송을 듣는 누구나 한국의 화재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퇴근을 하듯이 말이다.

요즘 아이들 생일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전자 확인을 통한 ‘나의 계통 인류 알아보기’가 있다. 내 안의 유전자를 검사해 인류의 혈통과 계통을 알아보는 것이다. 유럽계, 중국계, 심지어 아프리카 계통까지 혈통의 퍼센트가 동양인인 우리에게도 있는 것을 보면, 소우주 안의 나의 존재가 우주 전체의 원상과 동시에 돌고 있음이다. 내 안에 모든 인류의 계통이 흐르고 있을진대, 이러한 평화와 이어짐 가운데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세상을 보고 확인하고 살고 있는지! 오늘 하루는 나의 경제의 급급함에 쫓기고, 나의 괴로움에 급급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 가족 한 권 속의 삶이 이미 내 안에도 펼쳐지고 있는데 몰랐을 뿐이다. 외면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한 세상의 시대에 권하지 않아도 서로 도우려고 나서는 미륵불의 시대가 결코 멀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내 안의 부처, 그 주인공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04월12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