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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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나 봄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4.10 10:46
  • 호수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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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37

어느덧 산 너머 강 건너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봄이 오나 보다. 봄바람이 불 때면 항상 떠오르는 법문 한 구절이 있다. “봄바람은 사(私)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 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라고, 성현들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주지마는 신 있는 사람이라야 그 법을 오롯이 받아 갈 수 있나니라. (대종경 신성품 11장) ”

유가에서 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증자(曾子)를 떠올린다. 공자의 수제자는 안자(顔子)였는데 그가 30대에 요절했기 때문에 공자의 도는 결국 증자에게 전해진다. 그렇다면 증자는 안자 다음으로 총명한 제자였기 때문이었을까? <논어>를 보면 안자는 공자로부터 늘 칭찬을 받는 제자였지만 증자는 오히려 노둔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제자였다. 하지만 증자는 공자의 말을 모두 외우고 실천해 전달해줌으로써 공자와 자사(子思) 사이에 법통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둔했던 제자가 어떻게 공자의 학문을 계승할 수 있었을까?

증자는 자신이 평소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하루에 세 가지로 나 자신을 반성한다. 1)남을 위해 도모함에 충성스럽지 않았는가 2)벗들과 사귐에 신뢰를 어겼는가 3)스승에게 전해 받은 학문을 익히지 않았는가(<논어> 학이: 曾子曰 吾日三省吾身하노니 爲人謀而不忠乎아 與朋友交而不信乎아 傳不習乎이니라.)

증자의 세 가지 반성을 원불교 가르침에 대입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1)실지불공을 하는 데 오롯한 일심을 들였는가 2)내가 남을 교화하는 데 말만 앞서고 실천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3)대종사의 교법을 신수봉행(信受奉行)하고 있는가를 날마다 반성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새는 날아다니는 것이 그 타고난 본성이지만 처음에는 잘 날지 못하다가 날갯짓을 매일 단련해야만 제대로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그 타고난 본성이 부처와 같지만, 처음에는 잘 사용하지 못하다가 매일 훈련법으로 단련해야만 제대로 부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신분의성(信忿疑誠)이다. 증자가 비록 노둔했지만 공자가 성인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스승의 가르침대로 끝까지 분발하고 의심하며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결국 그 법통을 이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사 없는 봄바람이 불면, 공자에게 사 없는 신을 바친 증자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대종사에게 한 제자가 찾아와 “저는 본래 재질이 둔하온데 겸하여 공부하온 시일이 아직 짧사와 성취의 기한이 아득한 것 같사오니 어찌하오리까?” 하고 물어본다. 이에 대종사는 “도가의 공부는 원래 재질의 유무나 시일의 장단에 큰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信)과 분(忿)과 의(疑)와 성(誠)으로 정진(精進)하고 못하는 데에 큰 관계가 있나니, 누구나 신분의성만 지극하면 공부의 성취는 날을 기약하고 가히 얻을 수 있나니라”고 말씀한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내가 재질이 둔하고 공부도 오래 하지 못했는데 정말로 부처가 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자가 있다면 스스로가 죽은 나무가 되기를 택한 것이리라. 산 나무로 우뚝 서고자 한다면 신(信)을 바로 세우자. 대산종사는 사대불이신심(四大不二信心)을 말씀하며 “진리와 내가 하나가 되고, 스승과 내가 하나가 되고, 법과 내가 하나가 되고, 이 회상과 내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 네 가지 신심을 갖춘 사람은 이 회상의 온통 주인공이 될 것이요, 부분을 갖춘 사람은 조각 주인공이 될 것이요,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이 회상에 잠깐 다녀간 손님밖에 못될 것이다.

“그럼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판화가 이철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04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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