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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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9.05.08 15:20
  • 호수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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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39

 

우리 부부에게는 세 살 된 남자아이가 한 명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혹여나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사명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잠든 아기를 바라보면서 잘 가르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전략은 대체로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왜 그럴까? 그 전략의 핵심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기 때문이다.

공자는 평생토록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공자의 가르침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의 가르침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중용>에서 “가르침이란 도를 닦는 것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를 닦는다’는 것에는 욕심을 제거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욕심을 제거하는 방법들도 가르침의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욕심을 제거하고자 할 때는 욕심이 커지기 전, 그 첫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욕심이 너무 커지면 제거하기도 어렵고 가르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욕심이 커지기 전에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는 어린이 교육의 여섯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자녀가 집에 돌아와서는 효도하도록 해야 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경하도록 해야 하며, 침착해야 하고 미더워야 하며, 두루두루 모두를 사랑해야 하고, 착한 아이와 사귀어야 한다. 그러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그 힘을 가지고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논어>, ‘학이’)

그런데 이러한 원칙에 앞서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바른 원칙을 세웠으면 반드시 부모가 먼저 그 원칙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종사는 <정전> ‘부모보은의 결과’에서 “사람의 자손은 선악 간에 그 부모의 행하는 것을 본받아 행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이치”라고 말씀한다. 내 아이를 선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선을 가르치기 이전에 그 부모가 먼저 선을 행해야 하며, 내 아이를 악인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악을 나무라기 이전에 그 부모가 먼저 악을 끊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세운 전략에는 그 전략의 핵심인 우리가 빠져 있었다. 공자가 제시한 어린이 교육의 여섯 가지 원칙의 맨 마지막에 이러한 조목을 하나 덧붙이면 좋지 않을까.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가 먼저 그렇게 해야 한다.”

<정전> ‘제가의 요법’에서는 ‘호주는 견문과 학업을 잊어버리지 아니하며, 자녀의 교육을 잊어버리지 아니하며, 상봉하솔의 책임을 잊어버리지 아니할 것이요’라고 말씀한다. 이 문맥의 순서를 살펴보면 자녀의 교육에 앞서 호주 스스로가 자신의 견문과 학업을 먼저 실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사실 공자와 대종사와 같은 성인의 위대함은 그 가르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대산종사는 공자의 위대함에 대해 “천하의 대도인 중용의 도를 밝혀 놓으시고 친히 그 중도를 실천하신 것”이라고 말씀한다. 마찬가지로 대종사는 성인의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는 죄를 짓지 아니하려고 공을 들인 지 이미 오래다”라고 한 고백에서 다만 앎에 그치지 않고 평생을 죽기로써 실천한 대종사의 적공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성인의 삶에 감동하며 그분들을 모시고 닮아가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과 놀이도 많겠지만 부모로서 스스로의 실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귀한 아이들을 진정한 보물로 만드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 부모의 행하는 것을 본받아 행하리니”.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5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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