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신문=정지수] 안양천과 도림천 사이의 구로동엔 아파트와 빌라, 주택이 촘촘하게 자리한다. 다섯 개가 넘는 초·중·고에 주민센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까지. 주거지역으로 손색없는 이 동네에 빛나는 일원상도 한몫하고 있다는데…. 7호선 남구로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2·7호선 대림역에서도 도보로 15분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는 구로교당이 바로 이곳이다.
50대 교화 활성화의 장, 일원회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아침 7시, 구로교당(교무 장명주·김달인) 앞이 북적거린다. ‘일원회’가 걷기 명상을 하는 날이다. 젊은 세대 교화 방안을 고민한 끝에, 걷기 명상을 떠올렸다는 구로교당. 50대 교도들을 주축으로 한다는 일원회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참여하도록 열려 있다. 회장단이나 단장들, 원로 교도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 올 초 1월 15일에 첫걸음을 뗐는데, 전국에 걷기 좋은 산을 찾아 함께 행선하고, 점심식사 후 문답감정을 한다고. 한 발 내디딜 때 엄지에 힘을 주고 ‘지금 이 순간!’, 다른 발을 디디며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되뇌며, ‘몸을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자연 속에서 깊은 숨쉬기·감사 숨쉬기’가 그 방법이다. 또한 이 과정을 탄탄히 하고자 일요법회 시작 전에는 ‘단전주선방’에서 단전주선을 기본으로 익히는 시간도 가진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고, 평화롭고, 감사한 충만감으로 체험하는 걷기 명상은, 평균적으로 17~20명의 교도들이 참여해왔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니 그 호응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교도들이 이 일원회를 크게 반기는 이유는, 이 시간에 서로 소통하며 친밀해지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교당을 잠시 왔다 가는데, 이렇게 걷기 명상을 하면 거의 반나절 이상을 같이 보내니 많이 친해지고 교당이 덜 낯설게 느껴진다”는 장명주 교무. 참여자들이 스스로 동네 친구나 이웃들에게도 일원회를 소개하고 데리고 오니 자연스레 지역 교화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또한 장 교무는 “좋은 경험을 해야 교당으로도 연결이 되잖아요. 걷기 명상이 일궈내는 위력은 아주 커요. 어르신들과 기존 교도들은 적극적으로 후원과 심공을 들이고, 50대들은 신나게 공존을 익혀가니 교당이 완전히 화합으로 하나 됩니다”라고 말했다. 교당 출석이 일 년이 채 안 된 신입교도가 일원회 회장을 하며 교당의 주인이 되어가니 기존 교도들도 더더욱 마음을 챙긴다고. 일원회와 함께하면 행복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답 감정으로 익히는 교법
사실 걷기 명상을 하는 건 50대 교도들뿐만이 아니다. 75세 이상의 교도들은 이미 4년 전부터 걷기 명상을 진행하고 있고, 80세 이상의 교도들 역시 작년에 ‘해탈회’라는 이름으로 걷기 명상을 시작했다. 날씨에 따라 일정이 변동되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행선을 하고 맛있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문답 감정을 한다는데. “어르신들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죠. 가기 전날에 설레서 잠이 안 온다고 해요. 다녀오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니 좋아하시고….” 이미 교당의 원로 교도들이 솔선수범하여 진행하는 걷기 명상이니, 50대 교도들도 보고 배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비슷한 연령대의 교도들 모임이다 보니 문답 감정도 수월하다. 문답감정은 구로교당의 중요한 교화 일상이기도 하다. 상시로 일대일 문답감정을 하기 위해 장 교무의 휴대전화는 오전 8시30분이면 울리기 시작한다고. 어느 때는 문답감정 하다 하루가 다 지나기도 하지만 그 어느 방법보다 효과적인 교리공부며, 교법실행의 방법이라고 장 교무는 말한다.
무아봉공의 인생 방향을 다독이는 이러한 문답감정들이 결국 교당에 합력하고 교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임 당시 마흔 명 내외였던 교도 수가 지금은 두 배나 늘었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기도와 헌공으로 체험하는 행복
“대원력 100일 집중기도의 경우 구로교당의 정신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벌써 3년째 진행되고 있는 대원력 기도도 342일째에 접어들었다. 공식적으로는 매년 100일 기도지만 365일 계속하는 교도들도 제법 된다고. 결제와 해제만 교당에서 하고, 기도문과 식순 등을 파일로 공유해 교도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직접 진행하고 있다. 저마다 불단을 만들고 인증샷을 찍어 장 교무에게 보내고, 혼자서 혹은 부부가 혹은 전 가족이 올리고 있단다. 구로교당 교도들이 자력으로 기도 생활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집에서 기도를 이어가다 보니 “기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던 남편도 불전헌공을 하며, 교당에도 나온다며 일원가족의 탄생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교도 사연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기도의 위력을 교도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그 신심이야 오죽 충만할까!
이런 충만함을 가득 담아 진행하는 촛불헌공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재가출가 모두 불전헌배 할 때 익명으로 헌공금을 올리는 일인데, 그 금액은 기본이 천 원. 익명이다 보니 교도들도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모인 헌공금은 정기적으로 장학사업과 군교화, 그리고 자선사업에 전액 후원한다고.
이렇듯 정신·육신·물질로 행복한 무아봉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구로교당. 오늘도 행복과 교법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 그 훈훈함을 전파하는 중이다.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