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결코 공짜(Free)가 아니다. 그리고 자유는 절대로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 어떠한 어리석음과 무지로 인해 일어난 전쟁이든지, 현재 내가 이 자리에서 편히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전쟁을 감내한 무수한 인류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의 현재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한국전쟁 참전 추모공원이 있다. 5월27일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과 6월6일 한국의 현충일이 다가올 때면 이곳의 기념비에 적힌 글귀가 떠올라 왠지 뭉클하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참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각 단체나 조직에서 약 한 달 이상을 준비해 이날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며칠 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제2차 세계대전 시 미국과 영국 합동 작전을 기념하는 75주년 행사가 있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94세의 백발 노장인 존 휴톤(John Hutton)과 95세의 해리 래드(Harry Read) 할아버지가 예전 전시용 낙하산(Parachute) 투하를 재연하는 모습이었다. 한생을 전시에서 겪은 기억과 추억, 그리고 영광을 떠올리며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과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기념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는 종종 한국전이나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가족이 겪은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한국전이나 베트남전에 참여한 미국 용사들의 가족들은 아픔과 상처보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백인 여자 분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무덤 이야기를 들려줬다. 샌프란시스코 종교 연합 모임에서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만난 리차드는 아버지를 한국전쟁에서 잃었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한국 노래는 아버지가 들려줬던 ‘아리랑’이라며 한국어로 불러줬다. 리차드의 삼촌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살아 돌아온 상이용사였고, 리차드 본인도 베트남 전쟁에서 중령을 지낸 상이용사였다. 리차드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종교 연합 이사로 참여하며 평화에 대한 화두와 염원으로 늘 기도한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묘지에는 약 3만 구, 워싱턴 알링턴 묘지에 약 40만 구, 하와이 국립묘지에 5만3천 구 등 세계 곳곳에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묘지가 있다.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
워싱턴 평화대학(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에 따르면, 평화 건설이란 긴 여정의 과정에서 원인과 결과를 진단해, 다름을 조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폭력 없이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OECD에서는 구조와 예상되는 폭동을 진단해 갈등을 방지하고, 지속되는 평화를 증진시켜 사회 안의 갈등을 조정하며, 갈등을 긴장시키는 약자를 줄이는 것을 평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산종사는 8·15 해방 후, <건국론>을 지으며 “건국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장벽을 타파해야 이룩된다”고 말씀했다. “그 장벽이란 각자의 주의에 편착하고 중도의 의견을 받지 아니하여 서로 조화하는 정신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란 결국 어떠한 장벽도 가로막지 않을 때 가능하며, 원래 하나인 한민족끼리 동서와 남북의 분쟁을 뛰어넘고, 중도의 길을 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이룩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그 길을 가고 있는가. 나라와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평화를 위해 전사한 선열들을 위해 1분이라도 기도해 보는 6월이 되자.
6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