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숲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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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숲다
  • 이태은 교도
  • 승인 2019.07.03 00:01
  • 호수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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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한울안신문=이태은 교도] ‘우숲다’가 ‘우리는 숲이다’의 줄임말이라고 하면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작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중 만난 광릉숲에서 모국어 ‘숲’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숲이라는 글자 속에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있고, 골짜기를 휩쓸며 치솟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깊고 서늘한 어감의 ‘숲’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있다는 것이다. 김훈은 숨과 숲과 쉼을 하나로 연결한다.

‘우숲다’는 ‘우리 모두 숲이 되자’는 청유형 같지만, 역설이다. 지구는 헐벗고 사막화는 진전되고 여름은 뜨겁다 못해 불타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열대림 수입국에 이름을 올린다. ‘문명 앞에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고 말한 프랑스 작가 샤토브리앙의 말은 예언처럼 맞아떨어진다. 지독한 미세먼지와 폭염을 겪으며 지금 당장 불타는 지구를 식힐 수 있는 일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심는 일이다.

6월8일~9일 네 번째 숲밭을 만들었다. 숲밭은 forest garden으로 ‘먹는 정원’이다. 경관을 위한 정원이 아닌, 먹거리만을 위한 농사가 아닌, 먹고 보고 자연스레 숲이 되는 모두를 위한 ‘생존’과 ‘상생’의 숲이다.

지난해부터 민통선, 우이동 봉도청소년훈련원, 대구 동명훈련원에서 만들었던 3곳의 숲밭과 마찬가지로 SNS에 올린 광고를 보고 원불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의정부 수락훈련원에 모여든다. 전북대에서 농업을 전공하는 대학생, 귀농한 지 3개월차 여주 농부, 알바비로 어렵게 참가비를 낸 일산 청년, 몇 번을 망설이다 참여한 질문담당 주부, 바쁨이 일상인 출판사 편집장 등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양한 사람들이 수락산 자락으로 달려왔다.

원불교 수락훈련원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곳에 모여, 농생태학을 배우고, 서양허브와 나무를 공부했다. 지구를 덮고 있는 이불과 같은 흙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배운다.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한 흙은 적은 비에도 쓸려나간다. 흙을 다시 복원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오랜 세월이 걸린다. 흙을 잡아두기 위해서라도 풀과 나무심기를 게을리할 수 없다. 오랜 세월을 거쳐 부엽토가 된 흙은 흡사 커피향처럼 구수하면서도 아름다운 냄새를 간직한다.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아주고, 지구 온도를 조절해준다. 큰 떡갈나무는 연간 151,000L의 물을 발산한다.

돌아서면 잊기를 반복한다는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학생의 가열 찬 삽질을 따르니 우리가 디자인한 만다라가 신기하게도 모습을 드러낸다. 두둑 위에 자두, 호두, 사과, 배, 무화과, 아로니아, 오미자, 구기자, 블루베리 같은 크고 작은 나무들과 타임, 원추리, 레몬밥 등 수십 종의 허브를 심었다. 멀칭 역할을 담당할 타임, 소리쟁이, 돌나물을 심고, 해충 방지를 위해 메리골드, 라벤더처럼 향이 진한 허브들을 섞어 심었다. 이래야 손이 안 가고 저절로 큰다.

한사람이 일생 동안 사용하는 나무가 300여 그루다. 생각해보면 기저귀부터 책, 연필, 책상, A4용지, 문, 액자, 그리고 죽을 때 사용하는 관까지 나무와 함께하는 일생이다. 100세 인생이라니 1년에 세 그루 나무를 심어야 그나마 본전치기다.

시간에 쫓겨 사력을 다한 삽질을 마치고 돌을 날라 숲밭 외곽을 두른다. 고랑에는 종이박스를 잘라 깔고 그 위에 자갈을 덮었다. 종이박스 덕분에 습기를 머금은 그곳은 미생물들에 의해 좋은 흙이 된다. 3박 4일 동안 해야 할 공부와 삽질을 1박 2일에 마치려니 쉴 틈이 적다. 두둑 위에 덮어야 할 볏짚 멀칭은 시간에 쫓겨 다음으로 미뤘다. 숲에서 누렸던 혜택에 보은했던 1박 2일을 뒤로하고 충만한 기운으로 총총히 숲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뒷모습은 생태적 책무를 조금이라도 덜어낸 듯 가볍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태적 삶’이다.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최소한의 보은이고 실천이다.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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