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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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7.24 17:28
  • 호수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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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43
박세웅 교무

출가한 이후 1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중국 북경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였다. 중국어로 하는 수업을 따라가고 과제를 제출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밥 먹는 시간마저 줄여도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자연스럽게 수도인의 일과는 한없이 무너져 갔다. 문득 ‘대종사의 제자로서 내가 원하는 삶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자괴감이 끝없이 밀려왔다. 그러한 위기의 순간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스승과 도반이었다. 나 홀로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벗을 사귀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자, 공자는 “진실한 마음으로 말해주고 잘 인도하되 불가능하면 그만두어서 스스로를 욕됨이 없게 하여야 한다”(<논어> ‘안연’: 子貢問友한대 子曰 忠告而善道之하되 不可則止하여 無自辱焉이니라)고 말씀한다. 어떻게 진실한 마음으로 충고하고 인도해 줄 수 있을까? 대종사는 동지 사이의 정의가 형제같이 친밀하여야 비로소 충고와 권장을 주저하지 아니하나니, 그러한 뒤에야 윤기(倫氣)가 바로 통하고 심법(心法)이 서로 건네어서 공부와 사업하는 데에 일단의 힘을 이루게 된다고 말씀한다. 우리는 어떠한 동지이던가? 대종사의 정법문하에 삼세의 숙연과 윤기로 얽힌 동지들이니, 세세생생 도울 형제요 생사고락을 함께할 도반이다.

한편 증자는 “군자는 학문으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서 인(仁)을 돕는다”(<논어> ‘안연’)고 말씀한다. 벗은 필요에 따라서 사귀게 되는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을 하는 것이므로 이 학문을 하기 위하여 모든 벗이 가장 소중하고 유익한 벗이라고 여긴다. 또한 학문을 하기 위해서 모인 벗은 도를 추구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된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대종사에게 와서 제자가 되기를 원했다. 대종사는 다음에 다시 오기를 권했지만, 그는 자신의 뜻이 견고하다며 허락해 주기를 바랐다. 결국 대종사는 일지(日之)라는 법명을 내린다. 그 제자는 곧바로 대중에게 환약을 팔기 시작했으나 대중이 사지 않자 “동지의 정의가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화를 내며 일지라는 법명대로 그날의 해가 지기 전에 가버렸다는 일화가 있다. 정산종사는 “공부하는 동지라야 영겁의 동지가 되나니, 일시적인 사업이나 이해만으로 맺어진 인연은 풀어지기 쉽다”고 말씀한다. 증자가 말한 ‘군자는 학문을 통해 벗을 모은다’는 말씀은 각자가 공부하는 동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자기 혼자만의 독특한 공부를 꾀하는 독선기신(獨善其身)은 대종사의 본의가 아니다. 모든 동지와 함께 동정이 한결 같은 대승의 공부를 하고, 모든 동지와 함께 고락을 나누는 대승의 사업을 하여야 대종사의 참다운 제자요 우리의 알뜰한 동지인 것이다.

대산종사는 참다운 동지란 마음에 상대심과 승부심이 없이 다 같이 성공하기를 염원할 뿐이요, 동지의 잘한 점을 내가 잘한 것보다 더 기뻐하고 동지의 잘못을 나의 잘못으로 여길 줄 아는 심법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 스승과 우리 동지가 없다면 누구와 손을 잡고 이 공부 이 사업을 할 것인가? 오늘 대산종사의 ‘동지의 도’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동지들과 함께 제생의세의 대업을 이뤄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새 나라 건설, 새 세계 건설, 새 회상 건설, 새 역사 창조하는 동지들에 대해 감사하자. 어떠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싫어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놓아버리지도 말고, 다 믿어주고, 다 받아주고, 늘 보살펴주고, 늘 깨우쳐주고, 늘 이끌어줘서 일생과 영생을 의무와 책임을 갖고 능력을 갖춰 상부상조 상신상락(相信相樂) 하는 심사(心師) 심우(心友)가 되라.”

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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