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不昧)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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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不昧)운동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09.25 23:33
  • 호수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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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45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不買)운동이 한창이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구호만 보더라도 이번 불매운동은 일시적인 반감의 표현이 아니라 그동안 잠재되어온 공분(公憤)의 발로인 것 같다. 불매운동이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 여행객이 감소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판매 1위를 달리던 주류와 의류 그리고 자동차 시장 등에서도 소비감소가 뚜렷하게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불매운동이 성공한 것 같다.

그럼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혹자는 일본제품에 대해 영원히 불매운동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일본과 단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음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불매(不昧)운동 그것이다.

공자는 마음에 대해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져서, 그 나가고 들어옴이 정해진 때가 없으며,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을 두고 말한 것이다”고 설명한다.(<맹자> ‘고자상’: 孔子曰 操則存하고 舍則亡하여 出入無時하며 莫知其鄕은 惟心之謂與인저하시니라)

맹자는 공자와 같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도 찾을 줄을 모르니 애처롭다. 사람은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맹자> ‘고자상’: 孟子曰 仁은 人心也요 義는 人路也니라 其路而不由하며 放其心而不知求하나니 哀哉라 人有鷄犬放이면 則知求之하되 有放心而不知求하나니學問之道는 無他라 求其放心而已矣니라)

맹자는 마음공부의 핵심은 결국 구방심(求放心), 즉 잃어버린 마음을 챙기는 것이라고 여겼다. 맹자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욕심을 줄이는 과욕(寡欲)과 밤기운을 기르는 존야기(存夜氣)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종사 역시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나니, 챙기지 아니하고 어찌 그 마음을 닦을 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나는 또한 이 챙기는 마음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상시응용 주의사항과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을 정하였고 그것을 조사하기 위하여 일기법을 두어 물 샐 틈 없이 그 수행 방법을 지도하였다”고 말씀한다.

「상시응용 주의사항」과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은 주의공부이다. 또한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을 유념(有念)이라 한다. 정산종사는 「일기법」 가운데 유념과 무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착심 없는 곳에 신령하게 알고 바르게 행함이 유념이니 이는 생각 없는 가운데 대중 있는 마음이요, 착심 있는 곳에 미혹되어 망녕되이 행함이 무념이니 이는 생각 있는 가운데 대중이 없는 마음이니라.”

불매(不昧)운동이란 우리 모두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는 공적영지의 밝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일용행사에 사용하는 운동을 말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념공부이다. 맹자가 말한 구방심이란 무념에서 유념으로 가자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산종사는 유념공부란 착심 없는 가운데 마음 대중을 놓지 않는 것으로 보는 데에도 대중 있게 보고 듣는 데에도 대중 있게 듣고 말하는 데에도 대중 있게 말하고 동할 때에도 대중 있게 동하고 정할 때에도 대중 있게 정하여 비록 찰나간이라도 방심을 경계하고 정념(正念)을 가지자는 공부라고 말씀한다. 우리 모두가 유념공부를 통해 사실적인 불매(不昧)운동을 전개한다면 일본만이 아니라 전 생령을 위한 도덕의 부모국, 정신의 지도국으로 세계에 존경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불매(不買)운동은 일본이 걱정하게 하지만 불매(不昧)운동은 일본이 존경하게 하리라.”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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