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속에 숨은 토끼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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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속에 숨은 토끼와 거북이
  • 전낙원 교도
  • 승인 2019.10.23 00:17
  • 호수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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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불러요3

우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다. 어린 자녀들이 이야기를 조르면 누구나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 이야기를 자신 있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왜일까. 그건 날쌘 토끼와 느릿한 거북이, 달리기 경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 숨은 뜻과 교훈을 가슴 깊이 동감하기에 한 번만 들어도 평생의 레퍼토리로 남는 게 아닐까.

유튜브를 통해 한덕천 서울교구장의 ‘표층종교’와 ‘심층종교’에 대한 설법을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다. 간략히 전하자면, 겉으로만 보고 무조건 믿는 것은 표층종교의 신앙이고,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여 믿는 것은 심층종교의 신앙이기에, 원불교는 심층종교를 지향한다는 요지였다.

원불교 성가를 처음 접했을 때를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어려운 한자어들에 살짝 긴장했었다. 체성, 본원, 구족! 그 의미를 알기 위해 조금씩 공부도 하고 문답하면서 너무나 깊이 있고 아름다운 진리의 글이 가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둥그신 그 체성이여/ 사은의 본원이시오/ 여래의 불성이로다/ 언어의 길 끊였으나/ 만덕이 구족하시고/…/ 진리의 거울이시니 표준도 임밖에 없네.’

만약 내가 성가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고 단어들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그 교훈을 가슴 깊이 동감할 수 있다면, 아무 때나 거침없이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정도의 공부인이 된다면, 심층성가를 부를 수가 있게 된다면, 나도 대종사의 심통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원불교에는 많은 성가들이 있고, 가사들이 있다. 곡마다 가사를 통해 전해지는 진리와 스승과 교리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길 권한다. 습관적으로 가사의 내용에 신경을 쓰고 공부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그 성가는 어느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처럼 평생 아무 때나 얘기할 수 있는 나의 레퍼토리가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토끼의 대사는 조금 가볍고 경쾌하게 말하고, 거북이의 대사는 조금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등 캐릭터를 살려야 재밌는 구연동화가 되듯 성가도 마찬가지다. 맑은 목소리나 정돈된 호흡으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희망은 벅차게, 서원은 간절하게, 사랑은 진실 되게, 감사는 가슴 깊이, 결심은 확고하게. 모두 진심으로 부를 수 있다면 성가를 통해 풍류로 세상을 건지리라는 정산종사의 뜻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성가를 부르고 성가로 공부하고 성가로 교화하고 성가로 행복을 찾아보자. 우리의 성가 속에는 ‘토끼와 거북이’보다 더 교훈적이고 재미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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