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성인의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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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인의 한마음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11.06 23:51
  • 호수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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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47

유림산책 기고를 마무리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지막으로 ‘두 성인의 한마음’이란 화두를 들어본다.

필자는 학부 2학년 때 대산종사의 「교리실천도해」를 처음 접했다. <정전>을 가까이하며 공부를 하고는 있었지만, 관념으로만 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더딘 것만 같아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던 때였다. 대산종사가 교리 전반을 실천을 중심으로 간명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표준 잡아 준 것을 보며 ‘이대로만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산종사도 10년간을 ‘어떻게 해야 천불만성을 발아시킬 수 있을까?’ 하며 서원을 올리고 「교리실천도해」를 준비했다는 말씀을 접하고 나서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불문하고 모두 부처 만들려고 했던 그 뜨거운 자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교리실천도해」의 삼학공부(결)에 보면 ‘정신수양-인(仁), 사리연구-지(智), 작업취사-용(勇)’이라는 말씀이 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정·혜·계라고 표현한다. 유학을 공부하지 않았을 때는 인·지·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무심코 넘어갔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 보니 대산종사가 대종사와 공자의 마음이 여실히 통함을 말씀하신 것이라 알게 되었다.

공자는 “군자의 도는 세 가지인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인자는 근심하지 않고, 지자는 미혹되지 않고, 용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논어>, 「헌문」)고 말한다. 공자가 말한 군자의 도 세 가지는 사람다운 인격 완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중용>에서는 이를 삼달덕(三達德)이라고 말한다. 주자는 삼달덕의 의미에 대해 “세 가지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마음의 밝음은 지가 되고, 마음의 공변됨은 인이 되고, 마음의 굳셈은 용이 되니, 이 세 가지는 사람의 성(性)에 다 함께 있는 것이며, 곧 ‘천하에 통하는 도’를 행하게 하는 ‘천하에 통하는 덕’이고 이것으로써 도를 닦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유학에서 인은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바탕이 되는, 남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라면 지는 도리를 파악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다. 또한 용은 지에 의하여 파악된 인간의 도리를 인의 견지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이다.

<중용>에서는 지·인·용을 통합하여 실행하는 원리에 대하여 “지·인·용 세 가지는 천하에 통하는 덕이니, 이것을 행하는 것은 하나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하나는 곧 성(誠)을 가리킨다. 주자는 진실한 마음으로서의 성(誠)이 확립될 때에 지·인·용은 진실한 면모를 드러내게 되어, 이치에 오직 한결같고 성실하면 사사로운 욕심이 끼어들지 않아서 지는 바로 진실한지가 되어 도를 이로부터 알게 될 것이고, 인은 바로 진실한 인이 되어 도가 이로부터 몸소 실행하게 될 것이고, 용은 바로 진실한 용이 되어 도가 이로부터 굳세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공자의 삼달덕(三達德)과 성(誠)은 대종사의 삼학·팔조(三學八條)와 수행상에서 서로 통함을 알 수 있다. 두 성인의 마음이 하나이기 때문이지 아닐까. 대종사가 공자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 법을 펼쳤을 것이고, 공자가 대종사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 법을 펼쳤을 것이라는 대산종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결국 대종사의 일이 곧 공자의 일이요, 공자의 일이 곧 대종사의 일이다. 그러므로 대종사는 후천개벽 시대의 주세불로서 사통오달(四通五達)의 회상을 열어 모든 성인이 법계의 인증을 받고 제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대종사와 공자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경륜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교법의 사실적 훈련’에 있다. 이제 아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다만 실천만이 남았을 뿐이다. 두 성인의 한마음이 우리 모두의 서원이 되어 이 땅에 온전히 구현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두 성인의 한마음 : 천여래·만보살(千如來·萬菩薩) 천성인·만군자(千聖人·萬君子)의 발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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