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화의 주춧돌, 어떻게 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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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화의 주춧돌, 어떻게 쌓을 것인가
  • 황상원 교무
  • 승인 2019.11.07 00:15
  • 호수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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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피크 아웃

글로벌시대에 맞춰 교단은 세계 교화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해외교화정책 수립은 오랫동안 교단의 화두로 남아 있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헤버 박사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지역의 불교연합모임을 이끌고 있는 힌두교 태생의 불교학 박사이다. 헤버 박사는 부처님오신날(Vesak Day)을 미국의 국가 휴일로 만들고자 전미 불교도인의 청원을 백악관에 넣는 일에 적극 앞장섰다. 내가 워싱턴교당에 근무할 적에 워싱턴 불교연합 공부모임에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때 헤버 박사는 어디서 구했는지 원불교 여성 선진들의 영어 이름을 내게 건네며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다. 약 여섯 분 정도 되는 선진들의 자료와 사진을 찾아 발표한 후, 나는 교단의 역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세계 교화의 초석을 다진 여성 선진들의 비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1936년, 아들 박노선이 유조선 사업을 청진으로 옮기게 되자 청진, 목단강, 심양, 용정 등을 아우르며 약 218명을 입교한 이타원 장적조 선진도 그 한 예이다. 일제 치하의 감시하에 본인의 일신도 옴짝달싹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거침없는 행보는 북한, 만주 교화의 초석이 됐다. 또 다른 세계교화 초석의 예는 1958년(원기42)으로 먹고 살기도 간고한 그 시절, 개교 경축식에서 정산종사는 세계 평화 특별 대기도를 시작하며 각자의 마음 세계를 치료하는 동시에, 이 정신을 국가와 세계에 널리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우리의 도덕 문화는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가. 얼마 전,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사망했음이 전 세계에 공표됐다. 이들은 대영 제국 크기의 땅을 소유하며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무기를 소유하여 불시의 공격을 일삼았다. 이들이 믿음과 신앙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이들의 선민(選民)사상은 상대가 누가 됐든지 가릴 것 없이 테러에 이용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비난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들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즉 ‘내 사상이 최고라는 생각’은 타인이 어떠한 비난을 하든 내 일은 정당하며, 절대 성립이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다. 설사 나의 죽음을 내놓을지라도. 그러면서 교단과 스스로를 겸허히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가끔 해외 교화의 짧은 경험에서 현지의 토착화가 아닌 ‘원불교 교세의 세계화’라는 오류에 봉착하고 있지는 않는지 깊은 우려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원기100년 안에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선택된 선민 교도이다. 더불어 이 뛰어난 교리는 누구나 다 알아야 하며 세계에 퍼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데서 오류가 발생한다. 사실 정산종사의 삼동윤리는 종파의 울을 벗고, 종족의 테두리를 벗고, 사업의 테두리를 벗을 때 참된 세계교화가 시작된다고 본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우리가 시작한 종교연합운동의 현시점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세계 교화를 위해 우리는 얼마만큼 한국인의 옷을 벗고, 종파의 울을 텄는가. 전산종법사의 말씀처럼 우리는 현재 아기의 걸음마를 걷는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승님께서 꿈꾼 세계 교화는 진정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그 안에 구조는 어떻게 세워져야 바른 주춧돌이 될까.

교단 초기 여성 선진들이 펼친 과감한 도전과 실천력을 표준 삼아 하나의 세계에 대한 염원이 겸허한 발걸음이 되어 세계교화의 주춧돌이 되기를 염원한다. 그 위에 쌓아 올릴 미주교화 자치교헌과 제도들이 제대로 자리 잡기를 또한 염원한다.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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