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아! 강현욱 '굠님'과 달마산에서 내년 봄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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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아! 강현욱 '굠님'과 달마산에서 내년 봄에 또 만나자
  • 김종희
  • 승인 2019.11.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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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천일야화9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는 2017년 4월 26일 기습배치된 사드철회를 촉구하며 다음날(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곰돌이 푸(phoo)를 닮은 강현욱 교무(앞줄 왼쪽)가 소성리 수요집회에서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직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 며칠은 소성리 달마산에 반달가슴 곰이 나타나 우리를 흥분하게 했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달곰이 살고 있다. 사드기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하라"고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 힘을 줬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기 무렵이라 북미정상 간 서신이 오고갔다거나 대통령이 저 먼 북유럽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새 평화비전을 담은 선언을 했다거나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걸음마 뗀 아이처럼 몇 걸음에 넘어지고 이내 일어나 다시 몇 걸음 떼듯이, 숨죽이며 환호하며 박수치다 한숨쉬다, 심장근육이 쫄깃쫄깃한 사드철회 투쟁 일상을 보내고 있던 우리에게 반달가슴곰 출현 소식은 한동안의 긴장과 수고를 일시에 풀어주는 반가움이었다.

국방부가 족히 당황했으리라. 사람 사는 곳에 처음부터 합법이라곤 일도 없는 사드배치에 반달가슴곰까지 가세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반달가슴곰의 달마산 출현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사실을 하나 더 밝혀 주었다. 소성리에도 진작부터 귀여운 곰돌이 푸(Phoo)가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달가슴곰 소식에 마냥 신나하던 강현욱 교무님이 바로 곰돌이 푸였던 것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별명이었다지만 언제나 동글동글한 웃음에 헐렁한 옷매무새가 곰의 이미지와 딱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이다.

그러고 보니 교무님들은 모두 곰이다. 엥? 무슨 이런 불경한? 아니다. 사실이고 팩트인데 우선 빠른 속도로 "교무님 교무님"을 연달아 발음해보면 모두 아시게 될 것이다. 교무님-교무님-굠님-굠님-곰님-곰님. 얼핏 듣기에도 말소리가 똑같다. 이 얼마나 놀라운 합치인가!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힘이 세다, 잘 참는다, 우직하다, 날쌔다, 똑똑하다, 사교적이다 등등 곰의 특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지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만난 교무님들은 한결같이 힘이 세고 우직했다.

사드배치가 발표되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꽃샘추위가 무정하던 2017년 3월, 사드반입을 막기 위해 진밭교에 가부좌하고 앉아 밤새 기도하시던 그날부터 1,000일 동안 소성리 마을 길에서 진밭교로, 사드기지 정문에서 미군숙소가 내려다보이는 달마산으로, 그리고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그리고 다시 청와대 앞에서 교무님들은 매서운 겨울바람보다 먼저, 한여름 길고긴 햇볕보다 더 오래 우리를 지켜주며 사드반입과 공사차량 저지에 우뚝 서 계셨다.

만여 명의 공권력으로도 한 치 범접할 수 없던 경건한 기도와 그들의 폭력을 꾸짖던 음성, 그러나 교무님들의 뜨거운 눈물은 "네가 아니면 내가 살 수 없다"라는 가르침 속의 그 '네'가 바로 우리들임을 확인하는 벅찬 기쁨을 선물하셨다.

"저희는 교무가 될 때 사무여한을 약속한다. 그래서 이 자리가 그 자리가 된다면 기꺼이 목숨바치겠다 생각한다."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들려주신 강해윤 교무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끄덕없이 버텨낼 수 있겠다는 묵중한 든든함이 되었다. 교무님들은 그렇게 때로는 유머와 노래로 지친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셨고 때로는 달달한 호떡으로 우리를 녹여주셨다.

1,000일의 기도의 정성과 우리의 열망이 곧 사드를 기운차게 뽑아내고 달마산 성지순례 길에 교무님들 앞장서시고, 우리들은 살짝 귀엽게, 그러나 마음 깊은 존경을 담아 "굠님 굠님" 노래하며 따라가리라.

겨울을 잘 지낸 반달가슴곰 새 가족이 달마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반가운 안부도 같이 들으리라.

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김종희 기획팀장

♣ 2017년 3월11일에 시작된 소성리 진밭 평화기도가 오는 12월 5일 1000일을 맞는다. 천일의 기도 적공을 통해 축적한 평화의 몸짓과 평화의 바람을 한울안신문 온라인뉴스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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