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밀리시버트(m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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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밀리시버트(mSv)
  • 이태은 교도
  • 승인 2019.12.05 01:44
  • 호수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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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고르바초프가 소련 멸망 이후 소련이 유지될 수 없다고 실체적으로 느낀 것이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라고 말했다. 지구 절반을 지배하던 소비에트 블록의 패망이 이 한 번의 사고로 시작된 것이다.” 김재삼 기후변화대응에너지협동조합 이사는 ‘핵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막는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아니 김 이사뿐만 아니라 소련붕괴의 시작을 1986년 소비에트연방국가였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김 이사는 같은 글에서 후쿠시마 역시 일본붕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일본 부흥의 신호탄으로 쏘아 올리려는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지역에서 성화봉송과 야구경기를 열고, 후쿠시마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선수촌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방사성폐기물 임시하치장이 있는 이타테 지역 스포츠센터는 라오스 국가대표선수들의 숙소로 제공될 예정이다. 11월 24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에서는 후쿠시마에서 재배된 꽃이 3국 장관이 앉은 테이블 장식용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사고가 난 지 9년이 된 현재까지도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조차 못한 일본정부는 ‘후쿠시마핵발전소 이미지세탁’을 위해 자국민의 귀환정책을 내세웠다.

일본은 평상 시 연간 1밀리시버트(mSv)였던 일반인 방사선량 한도를 핵발전소 중대사고가 발생하자 20mSv까지 높였다. 방사선량 20mSv는 일본 정부의 주민 피난지시 기준이 되었고, 이는 ‘ICRP 권고’를 가져와 따른 것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국제적인 방사선 방호를 총괄하는 민간기관이며 각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 박찬호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은 ’ICRP 권고의 양상과 본질’이라는 글에서 ICRP는 사실상 핵진흥을 위한 정치조직이라고 잘라 말한다. 1920년대 방사선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가 세계적으로 많이 발생하면서 1928년 만들어진 국제X선라듐방호위원회(IXRPC)를 전신으로 하는 ICRP는 1950년대 ‘일정한 위험을 수반’하는 선량이지만, 핵 개발 추진을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방사선허용선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위험하나 핵무기와 핵발전을 위해 인류가 감수해야 할 수치를 제공한 셈이다. 1970년대 반전반핵운동과 1979년 미국 쓰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서 수세에 몰린 ICRP는 사람 생명의 가치도 돈 가치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ICRP의 권고와 “후쿠시마에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다”는 팩트를 만들어낸 아베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거머쥐었다. 어린이와 임신부를 포함한 인구 전체의 최대 피폭 허용 방사선량을 20mSv/y(밀리시버트)로 정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지독한 탐욕이다.

‘생명·평화·탈핵’ 깃발을 들고 영광군청 앞에서 한빛핵발전소까지 걸으며 기도한 지 지난 11월 25일로 딱 7년이 됐다. 원자로를 지키는 최후보루인 격납건물 철판에 2,380개의 구명이 나고 핵분열로 높아지는 열을 잡는 제어봉이 떨어져도 영광 ‘한빛핵발전소’는 돌아갔다. 생명에 치명적인 방사선량도 20배로 고무줄 놀이를 하는데 그깟 구멍이 수천 개인 구멍발전소면 어떻고 망치가 들어있는 망치발전소이면 어떤가? 하루 놀면 돈이 얼마인데….

탐욕을 심어놓았으니 과보를 받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조용하다.

이래도 되는 걸까!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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