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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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 박세웅 교무
  • 승인 2019.12.11 13:36
  • 호수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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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 48

 

2017년 9월 4일을 시작으로 독자들에게 유림산책이라는 편지 한 통씩을 격주로 보낸 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집필의 제안을 받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단 하나의 표준은 ‘내 생각이 아닌 성인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자’는 것이었다. 공자와 대종사 두 성인의 말씀을 그저 전하기만 하면 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씀 안에 담긴 성인의 본의를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논어> 한 구절이 화두로 걸리면 노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연마를 이어갔다. 때로는 업무가 많고 일정이 바빠서 원고마감 시간으로 인해 조급해지려고 할 때면 잠시 가만히 앉아 두 성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천만다행하게도 부족한 글들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감수해 준 심형(心兄)이 있었기에 이와 같이 산책길 끝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유림산책은 혼자가 아닌 동행(同行)이었다. 앞서 공자와 대종사가 나란히 걸었고 그 뒤를 이어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이 함께 걸었다. 동행하는 독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격려의 전화도 받았고, 우연한 만남에서 잘 읽고 있다는 응원도 받았다. 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통해 힘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글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를 쓸 때마다 두세 번씩 살펴보며 나의 원수가 보더라도 아무 일 없을지, 수백 년 뒤 안목 있는 이들이 본다 해도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지 생각해 본 후에 편지를 봉하라.”

처음 집필한 날로부터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게 된 정약용 선생의 글이다. 필자의 역할은 사(私) 없는 마음으로 그저 한 글자 한 글자 대종사와 공자의 말씀을 받아 적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사이 필자도 모르는 사견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나름 초안을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치고자 노력하였으니 원수도 지자(智者)들도 그저 가벼운 마음과 아량으로 받아주었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여러 곳에서 집필을 더 해달라는 부탁을 듣기도 했다. 한 사람이 너무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은 뒷사람을 위해서 그리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다. 부족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당시 계획은 2년만 하기로 하였는데 이미 그 시간을 넘겼으니 역할과 책임을 다한 듯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공자와 대종사의 말씀을 주제로 한 유림산책은 여기서 마무리가 되지만, 언제가 또 다른 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유림산책을 사랑해준 독자 여러분들이 그때도 함께해 줄 수 있다면 다시 만날 날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함께해 준 모든 독자 여러분들과 한울안신문 관계자들에게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가 두루 함께하기를 염원 드린다.

*그동안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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