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사회복지문화, 유린보은동산에서 꽃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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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사회복지문화, 유린보은동산에서 꽃 피우자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2.18 19:44
  • 호수 1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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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
왼쪽부터 유린보은동산 정현소 상임이사, 김평수 이사장, 변서연 사무처장.

83년 세월, 유린보은동산

교단 최초로 사회복지사업이 태동했던 곳은 1937년 개성에서 시작된 재단법인 ‘개성유린관’이다. 한국전쟁으로 초기 시설은 소실됐지만 4번의 큰 변화를 통해 83년간 그 명맥을 이으며 오늘날 탄탄한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에는 창립자 의당 한철호 선생이 주창한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과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정신이 법인의 운영목표로 변함없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와 함께하고자 한 유린보은동산은 교화·교육·자선 사업을 통해 신뢰받고 함께 성장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들에게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사회복지시설 중심으로 운영됐던 체제가 정부 시책에 따라 법인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그 책임감도 가중됐다. 이는 갈수록 복지 수요가 증가되고 재정자립도가 커지면서 정부가 사회복지법인에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운영의 투명성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렇다 보니 법인의 책무성을 강화해서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복지계 새로운 바람

유린보은동산은 지난해 7월 연산 김평수(법명 원도·개봉교당) 이사장을 맞이하면서 정부의 방침에 맞춰 본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기로 결의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유린보은동산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윤리경영과 복지행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종사자의 전문역량을 강화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더불어 행복한 은혜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손길이 필요한 이웃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는 사회복지 환경을 창의적으로 선도함과 동시에 안전하고 편리한 관리운영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선진적 프로그램으로 다가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가 내세운 유린보은동산의 세 가지 운영가치는 ‘인간중심, 원칙준수, 동반성장’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부 지원도 없이 산하시설의 직원복지를 책임진다는 것은 법인의 큰 부담이다. 각 시설에 법인전출금을 보내주려면 기부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취임 후 후원금 CMS를 개설해 권장 중이다. 김 이사장은 원불교 정신으로 이뤄온 이곳에서 “이제는 대종사께서 밝혀준 ‘처처불상 사사불공’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을 일상에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이 사회·국가적으로 변혁기에 놓여 있지만, 그 변화에 순응하면서도 그 바람의 방향을 어떻게 틀어가느냐가 법인의 역할이고 고민이라고 솔직한 입장도 내비쳤다. 이를 위한 법인의 변화로 ‘재정자립기반 마련, 직원교육으로 역량강화, 이용자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을 들었다. 더불어 시대의 트렌드를 공유할 상하 없는 소통문화도 힘써 바꿔 가겠다고 말했다. 원불교 사회복지문화가 유린보은동산에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교무는 숨은 조력자

유린보은동산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로 56에 위치해 있으며 ‘은혜나눔! 전문실천! 이웃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법인산하에 19개 시설, 637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덕불고필유린, <논어> 이인편)’는 이념으로 개성유린관을 설립한 의당 한철호(덕산 한인해) 선생과 혜타원 윤치덕 대호법이 1986년 원불교에 희사하면서 법인명이 ‘유린보은동산’으로 변경됐다. 이는 당시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 건물을 원불교청운회 보은동산에서 모금운동을 통해 신축한 인연으로 법인명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유린보은동산이 진행하고 있는 복지사업에는 지역사회복지 2곳, 장애인복지 6곳, 영유아복지 7곳, 노인복지 2곳, 지역자활 2곳이 있다. 총 19곳 중에서 직영시설은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을 포함하여 10개 시설이다. 대부분 시설은 보조금으로 재정자립도가 서 있고, 20년 이상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지역사회 신뢰도가 높다.

유린보은동산 상임이사와 유린교당 주임교무를 겸직하고 있는 정현소 교무는 “(복지·교화)기관이라 하여 제도와 목적사업에 치우치면 종교 본연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 이곳의 사람들(직원·이용자)이 가진 고민과 상처, 갈등은 대종사님의 법으로 충분히 감싸고 보듬고 가야 한다. 최대한 모두에게 편안하고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면서 숨은 조력자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했다.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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