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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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은 교도
  • 승인 2020.02.26 16:43
  • 호수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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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지난 주말에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을 봤다. 컨테이젼은 전염병이라는 뜻이다.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윈슬렛, 주 드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2011년 작품치고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가 ‘코로나19’로 현실감 있게 되살아났다. 엉성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보는 내내 불안하다가 ‘인간의 탐욕’이라는 주제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툭 튀어나온 ‘선홍색 아기돼지’에 눈이 멎었다. 심장은 그 장면을 내내 지워내지 못한다. 

최초 인간감염자인 기네스 팰트로는 홍콩 출장 중 유명한 쉐프와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쉐프는 주방에서 나오기 전 공장식 축산 돼지농장에서 사온 아기돼지를 직접 손질하며 손가락을 넣어 입속을 닦는다. 뒤돌아 간 장면에는 불도저가 숲을 밀어내고 숲에서 먹이를 구하던 박쥐들이 놀라 날아오른다. 숲을 잃은 박쥐들은 바나나농장으로 날아들어 바나나를 갉아먹고 돼지공장을 지나며 바나나를 떨군다. 

유명 쉐프가 들어올린 아기돼지가 전염병의 시작일까? 숲을 잃고 인간의 영역까지 침투한 박쥐가 출발일까? 고기 없이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하는 호모사피엔스들이 문제일까?

길이 2m, 폭 60cm의 공간에서 평생 새끼만 낳는 암퇘지들은 1년에 2.4회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임신 내내 ‘앉았다 일어섰다’만을 반복할 수 있는 좁디좁은 스톨(stall)에 갇혀 어미돼지라기보다는 임신기계로서의 가치만 인정될 뿐이다. 그렇게 태어난 어린 돼지는 비육돈, 즉 식용돼지로 길러진다. 밀폐된 축사, 철제바닥에서 자라는 돼지들은 스트레스로 서로를 공격하는데 상품이 상하지 않도록 꼬리와 이빨을 잘라낸다. 수컷일 경우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취 없이 거세한다. 이렇게 살아낸 돼지들은 6개월 만에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A4용지 만한 좁은 닭장에서 평생 알만 낳다가 죽는 닭의 일생이나 생산성으로 포장한 자본의 이익을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와 유전자 조작사료를 먹이는 내막엔 최종 포식자가 되어버린 호모사피엔스의 탐욕이 자리한다. 

김종철 문화평론가는 “광우병을 통해 본 근대농업’이라는 글에서 ‘자본주의 발달 속에서 어느새 거룩한 자연에 대한 감각은 극단적으로 퇴화했고, 오로지 이윤추구를 최대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논리만이 폭주하는 한 소를 비롯한 가축과 짐승들이 가혹한 학대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고 단언한다. 자본의 폭주는 결국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기후위기로, 전염병으로 날아들고야 만다. 

1인분 소고기 생산을 위해 20인분의 곡물이 투입되어야 하고, 1㎈의 소고기를 위해 35㎈의 석유가 소모된다. 곡물농장 하늘 위를 날며 뿌려대는 살충제는 농지와 가축, 인간들을 오염시키고 14억 마리로 추정되는 소들이 뿜어내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0배나 지구온도를 높여놓았다. 지난해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은 더 이상 세계의 허파가 아닌 브라질의 경제가치라며 아마존 숲을 태워 초지를 만들었다. 초지 끝에는 동물공장이 자리한다. 

10억의 비만 인구와 10억의 기아 인구가 공존하는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현실을 살고 있다. 모든 인류가 육류중심의 식사를 할 경우, 현재 알려진 원유매장량이 전부 소진되는데 13년이 걸린다고 한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에서 감독인 엄마 황윤은 과자를 사달라고 마트에서 서럽게 울어대는 아들 도영에게 ‘과자에도 고기분말이 들어있다’는 설득에 실패한다. 이 세상이 고기로 둘러싸인 듯하다. 연고가 있어도 육식은 피하고, 줄이자.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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