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사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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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사회 참여
  • 전철후 교무
  • 승인 2020.03.18 13:52
  • 호수 1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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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문3

사회적 아픔들은 하루아침에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처방과 방법을 요구한다. 분단상황 속에서 발생한 정서적 상처, 이념적 적대, 타자화의 모습들을 인식해가고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철후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전철후
​​​​​​​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베트남은 1946~1954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독립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틱낫한 스님은 불교의 사회참여를 주장한다. 사회와 격리된 불교는 참(眞)불교가 아니며, 전쟁 속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 명상수행이라 말한다. 그 이후 1960년~70년대 베트남 전쟁 기간 중에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정립하게 된다. 

원불교 역시도 8.15광복 이후 이리 역전과 서울 역전에 ‘귀환 전재 동포 구호소’를 설치하여 굶주리고 병들어 방황하는 전재 동포들에게 식사와 의복을 공급하고 숙소 안내, 응급 치료와 분만 보조 및 사망자 치상(治喪) 등으로 자비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의 평화운동가 함석헌은 1964년 1월 26일에 ‘삼남매 독살사건’을 언급하면서 ‘같이살기운동’을 주장했다. 

이 사건은 가난한 아버지가 삼남매에게 독이 묻은 빵을 먹이고 자녀를 죽인 후에 아버지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일이었다. 함석헌은 이 사건 이후에 내가 민중이요 민중이 나이며, 삼남매를 죽인 것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 비극적 아픔의 책임은 전체에게 있고, 한 사람을 통해서 나라와 세계를 볼 줄 아는 인식의 생명운동이 ‘같이살기운동’임을 강조한다.   

202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며, 4.19혁명 6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사회는 분단구조와 민주화의 형성과정에서 상호 적대에 의한 다양한 개인과 사회의 아픔이 곳곳에 내재화되어 있다. 이러한 아픔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구체적인 실천방식을 담아내는 사회치유의 담론이 필요하다. 이는 추상적 당위성이 아니라 고통에서 비롯된 치유의 문제이고, 앞으로 건강한 사회를 위한 예방의 문제이다. 

이러한 사회적 아픔들은 하루아침에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처방과 방법을 요구한다. 분단상황 속에서 발생한 정서적 상처, 이념적 적대, 타자화의 모습들을 인식해가고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치유의 문제를 담론화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종교 역시도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다. 종교공동체는 다수의 사람들이 신앙적인 목표를 가지고 함께 모여 상호작용을 하는 하나의 사회적 단위이다. 

때문에 종교공동체는 전체사회와 사회구성원의 공동선을 위해 목적을 둬야 한다. 종교가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 토양 위에서 진정한 존재의 기능을 갖는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종교란 ‘자기중심주의의 극복’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이전에 어떠한 원리에 입각해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장자>에 나오는 말처럼 자신의 ‘마음을 굶기고(心齋)’ 신(神)과 하나가 되는 것이 진정한 종교적 삶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 역시 깊은 종교적 영성과 도덕의식에서 나오는 정신력으로 상대방을 폭력으로 패배시키는 대신에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있으며, 스스로 고통이나 고난의 희생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 안에 있는 인간적 감정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자의식을 비우고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존재로 탈바꿈할 때 종교인의 사회 참여와 실천은 이웃과 사회, 그리고 세계를 진정으로 치유해 갈 수 있다.

 

전철후/ 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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