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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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멀었다
  • 이태은 교도
  • 승인 2020.05.27 00:51
  • 호수 1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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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이태은 서울교당원불교환경연대
이태은 서울교당원불교환경연대

성장과 속도 일변도로 내달리던 자본이 두어 달 주춤했다. 아직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은 매일 수천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남미로 넘어간 바이러스는 변형을 거듭하며 확산일로다. 바이러스 감염보다 배고파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시봉쇄를 풀 것을 요구하며 총을 들고 주의회를 둘러싼 살풍경의 미국과 봉쇄완화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의 전방위적 공격에 비틀거리던 자본이 ‘경제’라는 공포를 무기로 반격을 가해보지만 ‘다시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제는 더욱 확실해 보인다.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를 고대하며 백신이나 치료제의 조기개발에 목을 매지만 전문가들은 ‘천운이 따를 경우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는 예측을 내보낸다. 에이즈는 30년간 개발했지만 아직 백신이 없다. 인플루엔자는 1940년대 첫 백신 등장 이후 가장 근자에 업데이트한 백신까지 무려 70년이 걸렸다. 개발된 백신도 매년 맞아야 하고 예방효과도 70% 수준이라고 한다. 백신을 맞아도 여전히 3~4명은 독감에 걸린다. 이 수준에 도달하는데도 70년이 걸렸다. C형간염 역시 백신이 없다. 코로나, 독감 같은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많아 백신 개발이 더욱 어렵다. 화학적 백신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까지의 삶이 정상적이었을까? 지난달 3일 인도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의 눈앞에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펀자브에서 무려 160km나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흰 눈을 이고 병풍 같은 절경을 드러냈다. 강원도 속리산의 설경을 서울에서 맨눈으로 확인하는 격이다. 3월 25일 인도에 봉쇄령이 내려진 지 일주일 여만의 일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소비와 산업활동이 일시적으로나마 정지 또는 둔화하자 하늘은 맑아지고, 소음은 잦아들었다. 맑은 하늘과 깨끗한 강물을 되찾았다는 증언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기후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실제로 줄었을까? 올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년보다 8% 줄어든 26억 톤을 전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약 6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시적이나마 지구를 식힐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까?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올해 4월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 세계 기준 416.21PPM이었다. 1958년 미국 하와이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측정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였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을 뿐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코로나19 봉쇄로 자동차, 항공 등 교통이 크게 줄었지만, 전기공급량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 전기생산구조는 근본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석탄 38%, 가스 23%, 석유 3%가 전 세계 전기를 만들어낸다. 전기 생산용 연료의 3분의 2가 화석연료이다. 세계 에너지생산구조의 근본적 변화 없이 이산화탄소의 감소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지구온도 1.5도씨를 잡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2010년 대비 45%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매년 6~8%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코로나19 같은 사건을 10년 동안 겪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창궐하고, 가장 더운 긴 여름을 대비하라고 한다. 라디오에서는 대형 가전사의 에어컨 필터 무료점검을 홍보하고 어서어서 에어컨을 장만하라고 부추긴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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