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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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준비할 때다
  • 허인성 교도
  • 승인 2020.06.16 21:05
  • 호수 1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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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교화다19

코로나19가 잡히는가 하더니 다시 극성이다. 모든 이들이 이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 법회도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서울교구 내 많은 교당이 미숙하지만, 온라인 법회를 시도했고, 덕분에 변화가 필요한 것도 알게 됐다.

어색해 · 불편해 · 지루해

오래전에 온라인 법회를 시도한 교당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법회를 몇 달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시도를 한 교당이 많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아무도 없는 교당에서 혼자 법회를 진행해야 하니 어색했고, 화면을 제어하는 방법도 미숙해서 실수 투성이었다. 온라인 접속도 원활하지 않아 끊기는 것은 물론 소리가 작거나 너무 커서 불편하기도 했고, 집에서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접속을 하다 보니 집중하기 어려움을 겪었다. 준비한 콘텐츠라고 해봐야 법회를 녹화해서 틀어주는 정도이니 교당 분위기는 아닌데 법회 식순에 맞춰야 해서 지루하기도 했다. 또한 질의응답이 안 되는 한 방향 콘텐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수업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은 모두 느꼈을 텐데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써본다. 아이들은 아침 9시가 되면 출석을 위해 컴퓨터에 앉는다. 학교에 가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으니 그것이 쉬울 리 없다. 출석을 한 다음에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공지사항을 읽어본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 실시간 수업이 아니다 보니 각 메뉴를 클릭해가며 해당 과목의 수업내용을 다운받아 학습한다. 클릭 클릭 하다 보니 1시간도 안 되어 오전 수업을 다 마친다. 바로 과제를 할까 하다가 친구에게 전화해서 놀러 간다. 어느 날은 학교 수업도 다 끝나기 전에 유튜브에 접속해서 동영상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간다. 몇몇 학부모는 학교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자녀의 학습이 완료되지 않아 결과(과목결석)처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식이니, 수업이 잘 진행될 수가 없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결과는 위와 같이 나오고 말았다. 선생님들은 선생님대로 준비하느라 바쁘고, 학생들은 학생대로 적응하느라 바빴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실시간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 간극을 최대한 줄여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더 발로 뛰고, 손으로 뛰어서 좋은 콘텐츠를 준비한 분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 선생님이 그럴 수는 없었다.

학교 수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온라인 법회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씀드리기 위함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색하다, 불편하다, 지루하다’라고 느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하자.

신선해 · 발전시키자 · 준비하자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그 속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생어은(害生於恩)이런가. 오프라인에서 못 보던 교당과 교무님을 온라인에서라도 볼 수 있으니 그것으로도 감사하다는 교도들도 있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특성에 맞게 상시훈련, 정기훈련 콘텐츠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으며, 지금이라도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부족한 인프라를 확보하기 어려운 교당은 지구 내 교당과 협업하거나, 직접 제작이 어려운 곳은 전문가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방법도 제시되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접촉이 가능하고,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는 그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라고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다. 지금이 콘텐츠를 준비할 때인 것이다.

콘텐츠가 교화다
허인성
정릉교당 교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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