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의 기억과 적극적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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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정상회담의 기억과 적극적 평화
  • 전철후
  • 승인 2020.06.16 22:32
  • 호수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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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문5
전철후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전철후
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 하에서 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화해와 협력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줬다. 탈냉전 이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과 분단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2000년 3월 9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이뤄진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을 위한 제안을 담고 있는 베를린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로서의 확고한 방향을 보여준다. 국제사회 정세의 변화와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은 2000년 6월 15일 분단 50년 만에 남북 간의 첫 번째 정상회담 성사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라는 이정표를 만들어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6.15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다.

그 이후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과 2018년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서는 모두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나가고자 하는 동일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상황은 전쟁이 없는 소극적 평화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소극적 평화를 넘어선 구조적·문화적 폭력을 줄여나가는 ‘적극적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평화학자 요한칼퉁(Johan Galtung)은 평화의 개념에 대해서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했다.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로 국가 안보개념의 평화가 해당 된다.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는 구조적 폭력 및 문화적 폭력까지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인간 안보개념의 평화를 말한다. 적극적 평화는 ‘전쟁 없음’이 평화와 직결되어 온 과거의 평화이해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확대해서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필자는 2019년 8월에 체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열린 제14차 국제고려학회에 참석했다. 국제고려학회는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과 조선사회과학원의 북한연구자들이 참석하는 유일한 국제학술대회이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 남한과 북한의 통일과 평화체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남한과 북한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분단적대성이 대중화·일상화되었고, 이를 통치기반으로 이용하면서 국가 안보담론에 바탕하여 적대 감정이 재생산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의 구조적·문화적 내면화에 기초한 ‘평화’가 무엇이며, 그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기90년 6월 15일에 발행된 <분단역사 극복의 길(통일론·건국론)>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긍정적 요인을 더욱 다지고 성숙시켜나가는 원불교의 역할을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올바른 진리관으로 자비의 정신을 깨우고 시대적 윤리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모든 생명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발견하여 상생의 은(恩)의 논리를 전개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자력생활의 자세, 배우는 자세, 가르치는 자세, 봉공의 자세를 바루어 불합리한 사회를 합리적인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다. 넷째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개인의 인격을 성숙해 가며 사회적 인성교육으로까지 확산해 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 방법론이 한반도 내의 심층에서 구조적·문화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폭력의 요인을 줄여나가고, 사회 내에서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되어가길 바란다.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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