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한국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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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한국어란
  • 아메드
  • 승인 2020.06.23 22:00
  • 호수 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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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정착기5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점차 한국어가 익숙해지며 듣고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한국어를 제가 술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화 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는 제가 너무 많이 알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모르고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에 살며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지내다 보니 아랍어·한국어 통역을 하기 전까지는 아랍어보다 한국어가 더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자만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귀화 준비를 하며 한국어를 자세히 공부하면서 그게 자만이었다는 걸 깨닫고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단어, 문법, 발음까지. 한국 사람들처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나의 나라라는 느낌으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단어를 바로 찾아보기보다는 주위의 한국 사람에게 물어봐서 내 머릿속에 집어넣거나 그 단어가 어디 어디 쓰이는지를 먼저 찾아보고 나서 의미를 이해한 후, 그다음 사전을 찾아봐서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나에게 있어 한국어란 이제 고국의 언어보다 더 친숙한 언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직까지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저를 보면 영어로 인사를 하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럴 땐 못 알아듣는 척 할 때도 있고, 한국어로 주로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한국말을 너무 잘한다며, 칭찬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미 제 마음속의 한국어는 나의 언어가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어의 방언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사극을 보면 아직도 못 알아듣는 단어가 많아서 놓치는 부분도 많지만, 그 말하는 상황을 보고 이해하려 하고, 느낌으로 먼저 이해하려고 보니 저절로 습득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주도 방언은 외국어 같이 느껴집니다. 한국어를 한국 사람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공부한 후에는 제주도 방언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17일, 저는 국민선서를 했고 귀화증서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나의 나라, 나의 언어를 완벽히 나의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나중에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내가 한국어를 배운 것처럼 한국어를 알고 싶어 하는 아랍어권 또는 영어권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주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졌습니다. 시리아에 있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이주민 정착기
아메드
천주교제주교구 나오미센터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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