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들자
상태바
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들자
  • 허인성 교도
  • 승인 2020.07.14 16:49
  • 호수 11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콘텐츠가 교화다20

 

요즘 원불교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다. 교무님들의 개성만점인 콘텐츠부터 다양한 주제의 심도 있는 콘텐츠까지 자주 눈에 띈다. 이런 노력은 아마도 교무님들 스스로가 자각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장려하고자 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콘텐츠가 교화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콘텐츠 제작자를 바라보는 시각

1991년 제프리 무어 박사는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캐즘(chasm) 이론을 제시했다. 어떤 제품이건 간에 세상에 퍼지기 위해서는 다섯 그룹의 소비자가 있다는 것이다. 혁신자, 선각 수용자,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자가 그들인데 이들은 다른 말로 혁신가, 이상주의자, 실용주의자, 보수주의자, 비관론자라고 부른다. 이 그룹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곳이 바로 이상주의자와 실용주의자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 지점이 캐즘이며, 많은 벤처기업이 그것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그런 시각이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올라오는 콘텐츠는 우리 교단에서는 아마도 혁신자나 선각 수용자의 활동 결과물일 것이다. 그 활동은 전기 다수를 넘어 대중적인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캐즘이라는 골짜기를 넘어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막연히 콘텐츠가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다. 그리고 좋은 콘텐츠가 많아지면 저절로 교화가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만드는 시각

우리는 콘텐츠 만드는 방법을 잘 모르며, 막상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주저하게 된다. 나는 원래 소질이 없으니 이런 일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합리화를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콘텐츠를 잘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당장 해야 할 일 먼저 하라고 핀잔을 준다. 이러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갖기 어려운 법이고, 남이 원하는 것은 하기 싫은 법이다. 그것이 딱 들어맞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인데 돈도 벌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 꿈이 유튜버가 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기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도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본성에 매우 충실하다. 매력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가고, 좋은 향기에 몸이 향하며,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꼭 좋은 쪽으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벌어지는 콘텐츠, 비겁하지만 남을 속이거나 남을 밟아주는 콘텐츠, 또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에 더 빠져든다. 모두 욕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이다.

이런 콘텐츠는 본성이라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것의 폐해를 알고 있다. 모두 허상이다.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자꾸 본성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것은 곧 업보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들자

다행히 우리에게는 정전이라는 대종사님이 남겨 준 보물이 있다. 이 보물 속에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다. TED나 세바시와 같은 강연플랫폼은 이미 법회를 통해서 구현 가능하며, 글쓰기 훈련은 심신작용처리건이나 감각감상을 통해서,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는 상시일기를 통해서, 사람을 살리는 코칭은 유무념 공부와 경전을 통해서 24시간 늘 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힘은 염불, 좌선, 성리, 의두요목으로 기를 수 있다.

앞의 내용은 하나의 예시다.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는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며, 그것이 시작이 되어야 하겠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 ‘공부법’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업으로 공부하고, 공부로 사업하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염불, 좌선법을 알려줄 것이 아니라 어떨 때 염불, 좌선을 해야 하고, 그 핵심은 무엇이며, 내가 해봤더니 이런 부분이 좋아졌다, 실제로 이렇게 써먹는 것이다라는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야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

콘텐츠가 교화다 허인성 정릉교당 교도
콘텐츠가 교화다
허인성
정릉교당 교도

 

7월 1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