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문] 코로나 시대의 평화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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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문] 코로나 시대의 평화인식
  • 전철후 교무
  • 승인 2020.08.18 21:58
  • 호수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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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후 교무
전철후
성공회대 사회학 박사과정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규정하였고, 3월부터는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부터 한 달이 흐른 4월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거듭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 활동이 우리의 일상입니다.”라고 하였다. 한국은 물론 온 세계가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문명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를 ‘코로나 시대’로 부르고 있다.

울리히 벡(Ullich Beck)은 『위험사회』에서 전 지구가 세계화로 들어서면서 산업화·근대화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요소를 불러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위험들은 일국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가 하나의 사회로 통합되면서 ‘위험의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음을 말한다. 근대화·산업화는 전통적 자연재해나 전쟁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재난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기존의 ‘국가’는 더 이상 위기를 관리·해결하는 효율적인 주체가 되기 어렵다.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도 특정 국가나 지역의 감염으로 머무르지 않고 전 지구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대응도 한 국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있다.

감염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간 사회에 언제 어떤 조건하에서 출현을 해 왔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의 원인은 동물들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파괴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좁아졌다는 데 있다. 인류가 다른 생명체의 공간을 점유하고 파괴한 결과가 감염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생명체들 간의 생존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인류가 생태계를 점유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바이러스는 또 다른 숙주를 찾아 새로운 방식으로 생존할 것이다. 때문에 총체적 구조와 인식의 중심을 ‘인간’이 아닌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들로 옮길 필요가 있다.

불교의 가르침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적 관계에 대한 인식을 중요시한다.

수많은 다른 존재의 작용과 희생 덕분에

하나의 존재가 생존한다는 사실이 불교적 ‘평화인식’의 근거이다.

이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와 자연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번 코로나19는 인간을 넘어서 인간과 동물, 환경이 공생과 공존의 관계임을 일깨워주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한국의 보건복지부도 건강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 전략’인 원헬스(One Health)를 제시했다.

이제 지구적 차원의 위험사회는 연대와 협력, 소통에 대한 인문학적·사회학적 성찰들이 함께 해야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적 관계에 대한 인식을 중요시한다. 수많은 다른 존재의 작용과 희생 덕분에 하나의 존재가 생존한다는 사실이 불교적 ‘평화인식’의 근거이다. 이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와 자연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또한, 소태산 대종사도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연기적인 은혜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모든 생명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이는 모든 인간과 사물이 근본적인 상생과 생명의 관계임을 인식하고 감사 생활과 적극적인 보은생활을 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이 건설한 문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자본주의와 성장 소비 산업에 익숙한 인류는 어쩔 수 없이 삶의 방향전환을 시도하게 되었다. 문명과 삶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종교가 근본적으로 지니는 평화적 인식과 생명철학 등의 확산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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