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약이다 Sleeping is med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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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 약이다 Sleeping is medication
  • 김현오 교무
  • 승인 2020.09.01 15:04
  • 호수 1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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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시대의 영성8

수면이 가장 좋은 명상이다. 이 말은 1979년 달라이라마가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정신 능력과 창의성 발현에 수면이 미치는 효과와 중요성에 대해 단언적으로 강조하신 내용이다. 대표적인 불교 지도자이며 명상수행자인 스님의 철저하고 깊은 자기 관찰과 실험을 통해 축적된 검증들로부터 나온 말씀이기에 수면의 과학적 원리와 이 말씀의 깊은 뜻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면 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수면이 최상의 명상이라고까지 할까? 수면 연구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밤에 잠들면 우리 뇌는 4~5번에 걸쳐 서로 다른 양상의 두 가지 패턴의 수면 상태를 교대로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하나는 REM 상태라고 하는 ‘꿈꾸는 상태의 수면’이고, 다른 하나는 non-REM(이하 N-REM)이라고 하는 ‘꿈 없는 상태의 고요하고 깊은 수면’이다. REM이라는 꿈꾸는 상태의 수면에서는 낮 동안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면서 경험한 다양한 학습 내용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되고 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한 정보처리작업들이 이뤄진다. N-REM의 수면 상태는 지치고 상처 난 우리 몸의 근육, 조직, 세포들이 수선되고 치유, 성장되며, 호르몬 분비 등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충전되는 작업이 이뤄진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도 마음도 가뿐하고 날아갈 것처럼 충만한 에너지를 느끼는 날은 바로 전날 밤에 충분한 시간 동안 REM 상태와 N-REM 상태를 오가며 위의 작업들이 충실이 이뤄졌다는 신호다.

우리의 뇌 깊은 곳에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체시계 역할을 하는 송과체라는 센터가 있다. 생후 몇 개월 만에 형성되며 우리 몸의 활동기와 휴식기의 사이클을 조절하고, 체온·혈압·호르몬 분비 등의 기능을 조절한다. 명상수행은 본래 몸과 마음의 충분한 휴식과 이완을 이끌어내고, 나아가서 최적화된 심신작용을 통해 생체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심신훈련이다. 수면 활동은 생명의 어머니인 우주자연의 섭리에 따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기능이기에 내장된 탁월한 생물학적 안전보호장치이다. 제때에 충분한 양으로 잠만 잘 자도 우리는 몸과 마음의 쾌적한 환경 속에서 얼마든지 하루의 생체리듬을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뜻대로 디자인하고 창조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므로 각자 자신에게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훌륭한 수행자들은 대체로 아침기상에서부터 수면시간에 이르기까지 일일 활동의 사이클의 리듬을 조화롭게 구현하며 질서 있게 관리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깨어진 일일 수면리듬과 부족한 수면시간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만성피로증후군, 집중력저하, 감정조절력 부족 등 그 여파들을 생각해보면 수면의 중요성을 최고의 명상이라고까지 단언한 것이 전혀 과찬이 아니다. 수면의 질은 인간의 정신능력의 발현과 직결된다. 건강한 수면리듬은 기본적인 우리의 권리이고 힘이다.

그럼 질 좋은 수면이 보장되면 명상수행은 따로 필요 없게 되는 것일까? 밤의 REM 수면 동안 우리의 뇌가 정리할 만한 작업량이 거의 없도록 낮 동안의 우리의 몸과 마음의 활동이 과히 어지럽지 않게 존절히 사용되었다면, 이론적으로는 질 좋은 수면만으로도 쾌적한 심신 에너지를 지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하루에 몇 차례씩 수시로 호흡에 집중하거나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명상적 의식상태, 또는 휴식 모드를 챙길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수면에다 온통 덤터기로 맡기려 한다면 뇌에게 너무 무리한 작업용량초과가 되지 않을까. 명상은 문명의 편리함과 화려함을 누리는 대가로 더욱 필요해진 내적관리조건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내 몸의 생물학적 조건부터 먼저 챙겨보자. 일일수면의 사이클 그 리듬과 자신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 양을 확보하자. 수면이 약이다.

과학시대의 영성8김현오 교무미주동부교구 보스턴교당
과학시대의 영성
김현오 교무
미주동부교구 보스턴교당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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