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편견을 버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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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편견을 버려주세요
  • 아메드
  • 승인 2020.10.27 14:02
  • 호수 1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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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정착기9
아메드천주교제주교구 나오미센터
아메드천주교제주교구 나오미센터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저는 한국말을 못 했습니다. 영어도 못 했고, 오로지 아랍어만 할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영어도 한국어도, 아랍어도 모두 잘합니다. 저는 현재 한국에 산 지 8년이 됐고,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영어가 만국의 공통어라고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만 보면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한국 사람이 되어 한국말을 하는데도 사람들은 영어로 대답을 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좀 다르게 생기다 보니 음식점에 가서 주문하거나, 커피숍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주문을 할 때나 받을 때에 종업원이나 손님이 저를 쳐다보지 않고 제 옆이나 뒤에 있는 친구나 직원에게 주문을 받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외국 같은 경우는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신기하게 쳐다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제가 사는 여러 해 동안 “한국말을 잘한다”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습니다. 한국사람이 된 후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갔을 때 거기 계시던 분이 “우리나라사람처럼 한국말을 잘하네요!”라고 하시길래 제가 “저 우리나라 사람인데요!”라는 말을 해서 다들 웃었던 적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다르게 생기다 보니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해도 믿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신기하면서 당황스러웠던 작은 버스를 탔는데, 아무도 제 옆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리가 없는데도 서 계셨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외국사람들을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외국사람은 매운 걸 못 먹는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제가 매운 음식도 좋아하고 청양고추, 젓갈 종류도 좋아하는데, 식당에 가서 식사할 때에 제 것은 안 매운 걸로 추천해 주거나 매운 것을 먹으러 가도 “안 맵겠어요?”라고 제 옆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매운 걸 먹으면 가끔은 쳐다보거나 “정말 매운 거 잘 드시네요!”라고 얘기합니다.

또한 제주도만의 편견도 있습니다. 제주는 영어교육도시라서 영어학원마다 원어민 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외국 사람은 다 영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피부가 검으면 다들 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피부가 하얗다 보니 사람들은 제가 서양사람인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해 보고 시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갑자기 안쓰러워하고 불쌍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시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무조건 무슬림이라고 단정을 짓습니다. 물론 저희 가족은 무슬림이지만 저는 무교입니다. 하지만 시리아 사람이니까 무슬림이고 술도 안 먹고 하루에 여러 번 기도하고 머리에 쓰는 무슬림 모자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소맥을 좋아하는 무교인, 한국사람입니다.

시리아는 가톨릭 인구가 20% 정도, 무슬림 인구가 80%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리아에도 크리스마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에게 시리아에도 크리스마스가 있냐는 질문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무슬림인 사람들을 무서워하거나 여러 가지 편견이 있습니다. 무슬림들이나 외국인들도 사람이다 보니 못된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다 같은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외국인 얼굴을 한 한국 사람입니다.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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