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러니 부디 물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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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러니 부디 물길을 열어라
  • 이태은
  • 승인 2020.11.22 16:51
  • 호수 1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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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종교환경회의는 11월 18일 변산해수욕장에서부터 새만금지구 해창까지 걸으며 환경 보존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원불교퍼포먼스(파도 릴레이).

 

발아래 조개 무더기가 버석거린다. 새만금방조제 안쪽으로 밀려 들어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바지락 백합들은 막히고 고인 물에 갇혀 그렇게 썩어갔다. 새살과 생명으로 가득 차야 할 곳엔 썩은내 진동하는 뻘만 가득 찼다.

군산에서 부안으로 이어지는 33.9km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자랑하는 새만금방조제를 기준으로 바닷쪽은 파란 물결무늬가 흐르고 반대편 새만금호는 탁한 녹색물이 고여 있다. 바닷쪽 방조제에서 낚싯줄을 던지던 이들은 건너편 새만금호수를 ‘죽은 물’이라고 한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개발과 성장이라는 숫자놀음에 눈이 어두워 눙치고 뭉갠 세월이 30년이다. 20년간 수질개선사업으로 4조 원이나 들였지만, 수질은 5급수, 6급수를 오가며 악취까지 뿜어낸다. 만경강, 동진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둬 소금기를 뺀 담수로 도시용과 농업용수로 제공하겠다는 전라북도 해수담수화 사업 덕분(?)이다.   

지난 9월 환경부는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식량 걱정 없이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1991년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새만금개발사업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감자’다. 

최대의 곡창지대였던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만큼의 큰 농지를 새로 만든다는 뜻을 담은 새만금사업은 방조제 내측 매립지(291㎢)와 새만금 호수(118㎢) 등을 포함해 총 409㎢ 땅을 만드는 거대한 간척사업이었다. 서울 면적 2/3크기의 농토가 새로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갯벌이 사라졌다. 쌀 생산량이 넘쳐나 저곡가 정책을 펼치던 시기에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음은 곧 드러난다.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농지는 30%로 줄었고 무역, 레저, 관광산업, 수변도시 등으로 개발계획을 바꿨다. 혹시나 개발호재로 부안, 김제, 군산 그리고 전북이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탐욕을 놓지 못한 탓에 새만금 개발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공약이었다. 

그사이 생명의 보고였던 갯벌은 파헤쳐지고 백합, 바지락, 게, 쏙, 돔 등이 죽어갔다. 어민들의 피해는 14조원에 이른다. 호미 하나 들고 나가기만 하면 백합과 바지락이 그득 찼던 맨손어업 농민들의 생계는 어려워졌고 농기구들만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널려 있다.  

관광수입 또한 20조원이나 손해를 봤다. 새만금 개발에 앞으로 14조원이 투입된다는데 수질개선에만 2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의 논리로 따지자면 배임에 구속감이다. 손해를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이니 말이다. 

지금도 전라북도는 새만금호 공사가 37%밖에 안 되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려우니 공사를 마치는 5년 후에 평가해야 한다며 ‘해수유통’을 반대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 승복하겠다는 것이다. 

357.5㎢으로 전국 갯벌의 14.3%를 갖고 있는 충청남도가 2018년 내놓은 갯벌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갯벌, 해조류, 패류 등 블루카본의 온실가스 저감능력을 6만1천여 톤으로 평가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5억2천만 원에 달한다. 30년 수령 소나무 4만3천600그루를 심는 것과 같고 승용차 2만5천400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효과이다. 

충남도보다 더 큰 규모의 갯벌이 사라지고 만 자리에 여전히 건물 짓고 쓰레기 남기는 개발논리만 무성하다. 기후위기시대,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모르고 짓는 죄의 과보가 더욱 두렵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이태은 교도
서울교당
원불교환경연대 나나심기 사업단장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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