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른바 ‘불이문(不二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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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른바 ‘불이문(不二門)’이라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0.12.08 13:20
  • 호수 1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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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공즉시색 33
무시선법 13
화정교당 라도현 교도

 

「이것이 이른바 불이문(不二門)이라, 생사자유와 윤회해탈과 정토극락이 다 이 문으로부터 나오나니라.」

앞에서, 이 세상이 오탁악세(五濁惡世)라거나 일진법계(一眞法界)라거나 하는 것은, 우리가 망념으로 분별을 일으켜서 어느 한편에 주착하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세상은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지도 참되지도 않다고도 하였습니다.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이름이며 이미지[相]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불법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불이문(不二門)에 관한 내용입니다.

불이문이란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준말로써, 서로 상대 되는 두 가지(현상, 개념)가 실은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입니다. 선악이 둘이 아니고 생사가 둘이 아니며,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참과 거짓이 둘이 아니며, 색(色)과 공(空)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며, 미혹과 깨달음이 둘이 아니고, 해탈과 속박이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법문은 본디 모든 상대(相對)와 차별(差別)이 끊어진 실상, 즉 공적영지(자성의 혜광)로써 비춰본 제법의 실상을 가리키는 것인데, 사람들이 이것을 중생의 분별심으로써 생각을 통해 알려고 하니 전혀 이해하기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불이법문에 대해 말하고자 하면 불교의 교리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도를 이루시고나서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설하시고[四聖諦], 또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말씀하셨습니다[四法印]. 그런데 뒤에 상•락•아•정(常樂我淨)이라는 열반의 세계를 또한 설하셨으니, 이것은 앞서 사법인 가운데 무상(無常) 무아(無我) 개고(皆苦)와는 서로 정반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무상하고, 나[我]가 없으며, 모두 괴로움」이라는 것과, 이와는 반대로 「영원히 변치 않고, 괴로움이 없으며, 일체가 참된 나」라는 것을 동시에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상계에서는 모든 게 무상하고, 열반계에 가면 모두가 영원하다는 것인가? 사바세계에서는 나라고 할만 한 것이 없고, 열반계에서는 모두가 나[我]인 것인가? 그리고 이 세상은 모두 괴로움이고 열반에 이르면 모두가 즐거움이라는 말인가?

만약 위의 물음에 ‘그렇다’고 한다면, 상(常)과 무상(無常), 아(我)와 무아(無我), 고(苦)와 낙(樂)은 각기 서로 상반된 것이니, 둘 아닌 법문은 전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이 현상계를 떠나서 저 멀리에 열반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진세를 떠나서는 따로 참 법계가 없으며, 번뇌를 떠나선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무상함」자체가 「영원불변」의 본체이며, 「무아(無我)」의 본질이 「참나(眞我)」이고, 「괴로움」자체가 「즐거움」의 당체(當體)임을 바로 깨닫는 것이 바른 지혜인 것입니다.

즉, 미혹된 마음이 경계에 주착하여 시비 분별로써 사물을 보는가, 아니면 마음이 경계에 주함 없이 무념 무상(無相)으로 사물을 보는가에 따라 이렇게 사물이 달리 보이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비선악이나 삶과 죽음, 부처와 중생, 참과 거짓, 미혹과 깨달음, 속박과 해탈, 색(色)과 공(空) 등, 서로 다른 두 현상(개념)이 둘이 아니라는 말씀은, 중생의 분별심으로써가 아닌, 반야의 혜광으로써 비춰본 제법의 실상입니다. 그래서 옛조사는 무명의 실체가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몸이 법신(無明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이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이 무념•무상•무착(無念無相無着: 모두 같은 뜻입니다)의 불이문에 들면, 생사자유와 윤회해탈과 정토극락이 다 여기서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이 불이문이 곧 우리 무시선법이 향하는 곳이자, 마침내 도달하는 종착점으로써,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다 이로써 해탈하시고 성불하신 것입니다.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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