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원시림을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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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원시림을 먹어치운다
  • 엄익호 수습기자
  • 승인 2020.12.22 17:18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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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이태은 서울교당 교도
원불교환경연대

 

최소 300년 이상 인간의 간섭 없이 오로지 자연의 순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숲을 원시림이라 부른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숲은 실제 ‘야쿠시마’섬의 원시림이다. 인간의 기술을 앞세운 욕망 앞에 무너지는 숲을 지키기 위한 멧돼지, 들개, 고릴라, 여우들의 인간과의 이유 있는 싸움이 펼쳐지는 내내 영화는 원시림 곳곳에 나무와 숲을 지키는 정령신들을 배치한다. 영화는 ‘숲이 생명’인 이유들로 가득 찬 원시림을 화면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의 원시림은 고작 여의도 3배 면적인 88㎢이다. 분단선 덕분에 접근이 불가한 DMZ 지역이 대부분이다. 벌목은 가능했겠으나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를 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덕에 유럽에 3%, 미국 동부와 서부에 1%, 5%의 원시림이 용케 살아남았을 뿐이다.

150년 전부터 상업용을 목적으로 잘린 나무 가운데 약 20~40%가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나무의 50%가 종이를 만드는데 필요한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 섬유질이 종이의 재료가 되는 펄프로 재탄생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복사지 하루 사용량은 5만 4천 상자로 63빌딩 53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다. 그렇게 사용하는 복사지가 일 년이면 나무 7백만 그루이고 이중 45%인 3백 15만 그루는 사용하는 당일 바로 버려진다. 우리가 회의나 과제를 위해 무수히 복사하고 버렸던 그 종이들이다. 그 종이를 만들기 위해 2초마다 축구장 면적의 원시림이 사라진다. 인도네시아 원시림 72%가, 아마존 원시림 15%가 이미 사라졌다.

숲을 파괴하고 나무를 베어내는 제지회사들은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있다고 말하지만 심은 나무 가운데 많은 비율이 성숙기까지 살아남지 못한다. 천연 원시림이 가진 다양한 나무들, 관목, 덤불, 그루터기들과 조화로움 없이 단일수종을 재배하는 인공림은 새도, 양서류도, 야생동물도 살지 않는 나무공장일 뿐이다. 인공림은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 같은 석유화학약품을 대량으로 뿌려야 관리가 가능하다.

생태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수년째 재생 용지 사용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재생용지는 폐지가 40% 이상인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재생용지 사용률은 2.7%이다. 10%만 재생 복사지로 바꿔도 해마다 27만 그루, 날마다 760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50년생 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1억4천만 원이다. 산소생산에 3,400만 원, 물 재생산에 3,900만 원, 대기정화에 6,700만 원으로 인간 능력 밖의 영역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 보은할 방법밖에 없다.

한 사람이 1년에 사용하는 나무가 평균 3그루이니 100세 인생을 고려하면 300그루의 나무를 지구에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것이 인과다. 300그루의 경제적 가치는 420억 원이다.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나이만큼 나무를 심는 일’이 우리가 먹어치운 원시림을 조금씩 되돌리는 일이다.

도시개발로 파괴되어 가는 숲에서 자신들의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는 너구리 부족들에게 영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오로쿠 할멈은 외친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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