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검은 소를 흰 소로
상태바
신축년, 검은 소를 흰 소로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0.12.29 20:47
  • 호수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조요경 다시읽기1

2021년 신축(辛丑)년이다. 신(辛)은 색으로 볼 때

흰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불가에서 소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는데

그중에서도 마음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앞으로 다룰 <목우십도송>도 소와 관련된 내용이다.

한울안신문 독자들에게 ‘유림산책’이란 이름으로 편지 한 통씩을 보낸 일을 놓은 지도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편지를 보내면서 끝이 있으면 또 새로운 시작이 있듯이 언젠가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유림산책을 사랑해준 독자들이 함께해준다면 다시 만날 날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말했는데 사실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일단 두려움이 앞선다. 그동안 내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유림산책을 집필할 때 ‘나의 말이 아닌 스승의 말씀을 전하자’는 그 마음만은 아직까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울안신문에서 집필을 요청한 내용은 『불조요경』이다. 『불조요경』은 원불교의 보조경전으로 대종사가 원불교의 가르침과 관련이 깊은 불교의 경(經)과 론(論)을 친히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원불교 전서』의 차례에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시작으로 『반야바라밀다심경』, 『사십이장경』, 『현자오복덕경』, 『업보차별경』, <수심결>, <목우십도송>, <휴휴암좌선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불조요경』은 대종사가 대각 후 석가모니불에게 연원하고 앞으로 회상을 열 때 불법으로 주체를 삼고자 했던 의지가 발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집필의 방향은 단순히 『불조요경』에 담긴 경론의 내용을 전하는 데 있지 않다. 한자를 해석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이미 다 밝혀 놓았다. 만약 이러한 것을 원하는 분이라면 그분들의 말씀을 참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불조요경』 다시 읽기는 ‘만약 대종사가 지금 여기에서 우리들에게 『불조요경』을 가르쳐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보고자 한다. 나 같은 중생이 감히 대종사와 같은 성인의 심경을 이해하고 본의를 헤아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어찌 다행히도 대종사의 법통을 이은 스승들의 가르침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단지 그것을 찾아 그대로 전할 뿐이고 나머지는 독자들의 몫으로 돌리고자 한다. 이전에도 유림의 길을 함께 산책했듯이 『불조요경』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읽어가기를 바란다.

2021년 신축(辛丑)년이다. 신(辛)은 색으로 볼 때 흰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불가에서 소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는데 그중에서도 마음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앞으로 다룰 <목우십도송>도 소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종사도 ‘무시선법’에서 마음공부의 과정을 소 길들이기로 표현했고, 제자 김남천에게는 “그대가 소를 이미 발견하였고 길들이는 법을 또한 알았으며, 더구나 소가 그대의 말을 대체로 듣게 되었다 하니, 더욱 힘을 써서 백천만사를 다 자유 자재하도록 길을 들이라”(수행품 54장)고 당부한다.

우연한 일치인지는 몰라도 흰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은 『불조요경』 다시 읽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어느 날 대산종사는 삼동원 뒤 정토사에 갓 쓴 석불(石佛)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석불을) 처음 봤을 때는 윗부분만 조금 하얗더니 몇 년 지난 지금에는 배 밑에까지 하얗게 되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 부처님처럼 내가 검어지는가 희어지는가 대조해 보라. 남을 제도한다고 하다가 자기는 지옥에 들어가면 누가 건져내지도 못한다.” 신축년을 맞이하면서 나의 소는 지금 검어지고 있는지 희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불조요경』 다시 읽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검은 소를 흰 소로 바꾸고자 하는 당신, 『금강경』부터 시작’.

박세웅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1월 1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