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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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참 마음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1.02.16 14:45
  • 호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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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의 공즉시색(空卽是色)37
라도현 교도
화정교당

당나라 대중천자(大中天子)가 한때 속인(俗人)으로 승려 노릇을 하고 있을 때, 염관스님의 회하에 있었습니다. 이때 그는 서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황벽스님이 그곳의 수좌(首座)로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예불을 하고 있는 황벽스님을 보고 당돌하게 물었습니다.

“부처님에게도 집착하지 말고, 중생에게도 집착하지 않으며, 법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어늘, 스님은 예배를 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황벽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부처님에게도 집착하지 않고, 중생에게도 집착하지 않으며, 법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늘 이처럼 예배를 드리노라.”

대중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예배를 해서 무엇을 하려는 거냐고요?”

그러자 스님이 갑자기 그에게 따귀를 올려붙였습니다. 대중이 “아이구, 몹시 거친 사람이구나!”라고 하자, 황벽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에 지금 ‘무엇’이 있다고 거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가?” 

그리고는 또다시 그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원불교 성가 182장의 가사입니다. ‘이쁘고 밉고 참 마음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 참 마음 아닙니다 허공처럼 텅 빈 마음 그것이 참 마음 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음에 무언가가 있어서, 대상을 향해서 그 마음을 낸다면 그 마음은 주한 바가 있는 마음이며, 물듦이 있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착하고 좋은 마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본래의 참 마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허공처럼 텅 빈 마음, 그것이 곧 나의 참 마음입니다.

위에서 황벽스님은 아무 데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예배를 올린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한 티끌조차 없는 마음, 바로 그 마음이었다면, 그는 왜 불상(佛像)에게 절을 올리고 있었을까요?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임제(臨濟)스님이 어느 날 달마조사의 탑전(塔殿)에 이르렀는데, 그곳의 주지가 물었습니다.

“부처님께 먼저 가서 예를 올리시겠습니까, 조사께 먼저 예를 올리시겠습니까?”

임제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부처와 조사, 아무에게도 절하지 않소.”

주지가 되물었습니다. “그대는 부처님과 조사에게 무슨 원수라도 졌단 말인가?”

그러자 스님은 바로 소매를 떨치며 가버렸습니다.

여기서 임제스님은 황벽스님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일까요? 아니면 둘 다 옳거나 혹은 둘 다 그른 것일까요?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일까요?

사람들은 마음속에 늘 무언가를 표준으로 두고, 어디서든 대상을 만나면 그것을 꺼내서 맞다, 틀리다 합니다. 그래서야 언제 내 마음이 ‘허공처럼 텅 빈 마음’이 되겠습니까?

‘밖에서 들어오는 마음 없습니다, 안에서 나가는 마음 없습니다’(성가 182장 입정의 노래).

오직 주한 바 없이 나투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나의 참 마음, 부처와 조사의 마음입니다.  

 

2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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