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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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02.16 15:44
  • 호수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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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14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글/ 안녕달 그림스콜라/ 2017년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글/ 안녕달 그림
스콜라/ 2017년

 

명절 준비를 위해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가뜩이나 오르막이라 숨이 찰 무렵,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라디오 사연에 털썩 힘이 풀리고 말았습니다. ‘1인 가구이자 1인 기업가’인 한 청취자가 지난 1년간 아무도 안 만나고 매끼 혼자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였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어온 고립 생활의 쓸쓸함과 묵직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참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유치원에서 캠프를 떠난 아이가 돌아오는 날, 엄마는 지나간 기억을 찬찬히 떠올립니다. 불과 하룻밤 지나 다시 만나는 거지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젖먹이 시절부터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도 엄마를 찾으며 목 놓아 울던 시절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요. 하지만 엄마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곧 다시 엄마를 만난다는 걸 아이는 서서히 깨달아요. 그렇게 아이는 모든 걸 엄마와 함께할 순 없다는 걸 배우며 분리불안을 극복해나갑니다.

엄마밖에 모르던 아이는 한 발짝 나아가 친구도 사귀고, 다신 안 가겠다던 유치원에도 즐겁게 다녀요. 아무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엄마와 다시 만난다는 걸 확실히 알죠. 그 믿음이 있기에 아이는 더 재미나게, 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빕니다.

요즘 우리는 만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밥 한 끼 먹는 일을 계획하는 데도 수많은 걱정이 뒤따르죠. 그러다 보니 결국은 또 나중을 기약합니다. 비록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을 것임을, 이 터널을 지나 다시 만날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속 엄마와 아이처럼, 우리가 다시 만날 땐 분명히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2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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