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이라면 농사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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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라면 농사를 시작하세요
  • 소란
  • 승인 2021.03.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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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환이다3
수락텃밭에서 시농제를 지내며
퍼머컬처공동체는 지난 3월 7일 수락텃밭에서 천지에 인간의 죄를 고하고 봄을 맞아 다시 씨를 뿌리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봄이 왔다. 하지만 미국,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전 세계 생물연구결과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꼴로 평균 2.5일씩 봄이 앞당겨지고 있다. 그 말은 50년 전에는 평균 6.3일씩 봄이 늦게 찾아오고 가을은 4.5일 일찍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식물이 성장하고 꽃을 피우는 기간이 약 11일 늘어났다는 뜻이다.

기온이 1℃ 오르면 식물들은 종에 따라서 2~10일 더 일찍 꽃이 필 것이다. 2100년에는 아마도 수많은 식물 종들이 20~35일 더 일찍 꽃필 것이다. 벚꽃만 해도 만개 시기가 6~7일 빨라졌다. 이렇게 되면 적응력이 좋은 식물들은 살기 좋은 기후대로 이동하게 된다. 그중 다수의 토종식물과 외래종은 경쟁이 심해져서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진화의 평균속도보다 지나치게 빨리 변화가 진행되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종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인간종이 코로나와 같은 환경재난으로 멸종을 앞에 두고 있다.

 

인류의 한계 온도는 1.5도씨다

46세의 지구어머니가 5년 전 마당에 채소 텃밭을 꾸리기 시작했고, 1년 전에 태어난 공룡아들이 반 년전에 실종됐다. 열흘 전에 갓 태어난 소인 아기들이 대규모의 온실재배를 시작했다. 그렇다 지구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소인 아기들은 지구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진화는 농사라는 문화를 선택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욕망의 한계를 몰랐고 진화의 악순환으로 인간은 지구에 너무 많은 폐기물을 내놓았다.
 

 

흙 속에 탄소저장소를 만들자

하지만 지구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살아있는 약 1200의 대지에 심어진 밀은 1년에 4,000kg의 탄소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흡수할 수 있다. 또한, 탄소를 물과 결합시키거나 당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 결과로 생긴 당의 무게는 10,000kg(10톤)이다. 이 과정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대략 전 세계 대기 중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15%는 매년 광합성을 통해 흙 속으로 격리시킬 수 있다.

살아있는 흙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인간에게 아주 오래전에 이미 준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균계, 조류, 원생동물, 선충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흙 속에는 가득하다. 건강한 흙 한 티스푼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미생물들이 과잉배출된 탄소를 흙 속에 다시 가둬 두는 저장고 역할을 돕는다.

‘레거시 로드(Legacy load)’라 불리는, 인간이 물려받고 싶지 않은 유산 ‘온실가스’로 물려받았다. 지구에는 대략 400ppm의 이산화탄소가 있다. 가능한 빨리 그 수치를 350ppm으로 낮춰야 한다. 그래서 50ppm의 탄소를 장기간 수용할 수 있는 집을 흙 속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흙이 살아나서 탄소의 저장고가 되려면 땅을 갈지 않고 화학농약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미생물들이 살아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흙이 살아나기까지 약 3년이 걸린다.

인류에게 남은 한계 온도 1.5도씨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7년이다. 국가나 기업이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꿔야 한다. UN에 따르면 지구의 남은 표토가 이대로라면 60년 이내로 사라진다. 죽어가는 흙, 유실되는 흙은 기후위기로 인한 먹거리 체계의 붕괴를 가져오고, 탄소 배출 과잉으로 지구는 파국에 이를 것이다.
 

 

다시 씨를 뿌리자

봄이다. LH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하든, 정부가 대규모 고밀도개발을 하든, 농지에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흙 속에 탄소를 가둬야 한다. 아직 인류에게는 흙에 탄소를 저장하는 자연적인 방법 이외에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일 방법이 없다. 자꾸 딴 길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고 봄이 왔으니 씨를 뿌리자.

퍼머컬처공동체는 지난 3월 7일 수락텃밭에서 천지에 인간의 죄를 고하고 봄을 맞아 다시 씨를 뿌리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지구의 미생물들이 든든한 뒷배로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우리는 그저 천지와 협력하면 된다.

 

-시농제 제문-

유세차 維歲次

2021년 신축년 (庚子年) 봄날

수락산자락의 퍼머컬처 농부들이

한 해 농사를 시작하고자

천지의 허락을 구합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받은 벌인

코로나가 온 지 벌써 두 번째 봄이 왔습니다.

더욱 지구를 돌보고 만 생명과 상생하며 정진해야 할 인류는

여전히 물질과 탐욕을 놓지 못하고

인간 스스로 멸종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머리 숙여 고합니다.

이 봄 생명의 힘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깊이 깨우쳐

지금이라도 몸을 일으켜 씨를 뿌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이로운 길로 성큼성큼 나아가겠습니다.

벼락처럼 개벽처럼

모든 지구인들이 만물은 지구의 것임을 깨닫고

흙을 소중히 여기며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으며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이 땅을 돌보고

사람을 돌보고

공정하게 분배하고

영혼을 돌보며 지구인으로서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해님, 빗님, 달님, 별님, 바람님이 함께 굽어 살펴주시고

무탈하게 농사짓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땅의 작은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씨앗 하나, 미생물까지

이 지구의 마지막 생명으로 알고

이 밭을 정성으로 지키고 돌보겠나이다.

 

2021년 3월 7일 

퍼머컬처공동체 농부들 일동

상향 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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