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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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 강석준 교무
  • 승인 2021.05.24 02:09
  • 호수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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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2

 

요즘 오덕훈련원 주변으로 금낭화가 한창이다.

금낭화는 약간 응달진 계곡을 좋아하며 척박한 돌밭을 마다하지 않고 꽃대를 올려 수줍지만 화려한 꽃을 피워낸다. 진분홍색 꽃잎 끝에 매달린 하얀 술에 이슬을 머금고 아침 햇살에 반짝일 때가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척박한 야생의 조건을 이겨낸 꽃이지만 자태가 화려하여 야생화라기보다는 집에서 키우는 관상용 화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금낭화는 처음에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도 천마산, 축령산, 설악산 등지에서 군락지가 발견되어 자생지가 있었음이 새로이 밝혀졌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어요’인데 옛날에 가난한 집에 시집온 며느리가 일하다가 배가 고파서 시어머니 몰래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이내 들켜서 매를 맞고 숨지자 남편이 거두어서 묘를 만들어 주었는데 거기에서 함초롬히 피어난 꽃이라고 한다. 빨간 꽃잎 끝에 달린 하얀 술이 며느리가 먹던 밥알이라고 한다. 영어 이름도 ‘Blooding heart’라고 하니 왜 이처럼 화려하고 예쁜 꽃에 그런 슬픈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오덕훈련원 주변은 생명력이 넘쳐나기 때문에 꽃만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잡초도 왕성히 자란다. 때문에 이곳의 생활은 풀과의 전쟁이다. 풀과의 싸움에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호미, 제초제, 예초기가 있는데 처음에는 호미로 풀을 뽑다가 지치게 되면 제초제의 유혹을 떠올리게 된다. 전쟁에서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생명존중을 표방하는 입장에서 이것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예초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기계 다루는 것이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와 같은 제초 작업을 할 때에 화단 밖에 피어난 금낭화를 만나면 무척이나 곤란스럽다. 그냥 두자니 통행에 불편하고 뽑아버리자니 돌 틈에 자리 잡고 꽃대를 올린 그 생명력과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아침에는 ‘악장제거무비초 호취간래총시화(惡將提擧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라는 옛글을 떠올리게 된다. 나쁘게 보고 뽑아내려고 하면 모두가 잡초처럼 보이지만 예쁘게 보면 모든 것이 꽃이라는 말이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불평과 불만을 선택하면 눈에 불평거리가 한이 없고, 감사한 마음을 선택하면 온통 세상이 고맙고 감사한 일이 넘쳐날 것이다.

올해 금낭화가 씨앗을 맺으면 잘 갈무리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금낭화 꽃을 피워내 축제를 열어 보려고 한다. 아침 햇살에 비치는 만개한 금낭화 꽃 사이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는 소중한 분들의 얼굴을 그려본다.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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