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하는 할아버지』 ... 아름다운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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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할아버지』 ... 아름다운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06.12 01:50
  • 호수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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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17
『발레 하는 할아버지』
신원미 글, 박연경 그림
머스트비, 2013년

 

‘발레’와 ‘할아버지’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제목에 고개가 갸웃해졌어요. 할아버지의 발레 동작을 보며 박수 치는 손자의 모습을 담은 표지에 어쩐지 자꾸만 물음표가 따라붙었죠. 그 물음표가 뭉클한 느낌표로 변할 줄이야, 『발레 하는 할아버지』를 소개합니다.

건널목 앞, 주인공 남자아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발레를 배우러 가는 중입니다. 발레교실이 열리는 주민센터까지 뛰어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던 일 때문에 엄마가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를 모셔왔고, 발레 교실에 갈 때는 반드시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녀야만 한다고 약속했으니까요.

하지만 열 살인 아이는 할아버지와 다니는 게 창피해요. 발레 교실에 일찍 도착해서 어려운 동작을 연습해야 하는데 거북이걸음인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녀야 하니 짜증도 나고요. 게다가 할아버지는 없는 형편에 발레는 왜 배우느냐, 남자가 무슨 발레냐면서 손자를 몰아붙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발레를 번번이 ‘빨래’라고 부르는 건 또 어떻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와 할아버지 사이는 당연히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동작을 배우던 발레교실 밖에서 콩콩, 쿵쿵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는 창문 너머로 할아버지의 익숙한 민머리를 발견해요. 그러나 땀을 흘리며 한 박자씩 늦게 발레 동작을 따라하는 할아버지 모습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급기야 발레 선생님이 복도로 나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교실로 이끌었어요. 이미 땀으로 얼굴이 벌게진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웃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새로운 동작을 반드시 익히고야 말겠다는 듯 매순간 집중해요. 퀴퀴한 땀 냄새를 풍기는 것도 모르는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 오늘 복도에서 발레 따라 했어요?”라는 손자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오랜 침묵을 깨고 답합니다.

할아버지의 대답에 코끝 시큰해진 손자는 말없이 할아버지의 쭈글쭈글한 손을 꽉 잡았습니다. 그토록 냉담했던 할아버지의 손을 처음으로 아주 세게 잡았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어떤 대답을 들었을까요?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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