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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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의 기술
  • 김현오 교무
  • 승인 2021.06.12 02:42
  • 호수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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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와 영성5
과학시대의 영성김현오 교무보스턴교당
김현오
보스턴교당 교무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환경 위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올해 5월 서울에서 개최한 P4G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국제적 연대를 통한 녹색지구 만들기 실천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확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발국들 사이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며, 중심에 서서 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인 요즘이다. 이렇게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함께 확인하고 행동하는 모습 자체가 감동이다.

또 한편, 코로나 이후 인류는 무엇보다도 종교문화, 종교의식, 그리고 개인의 종교생활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종교적 진리가 더 이상 과시나 치장의 형식으로는 환영받지 못하게 됐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전하고 건강한 정신문화의 추구와 실현이라야 성숙한 세속화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다. 세상은 성속(聖俗) 불이(不二)의 세계로 열려가고 있다.

사실, 인간의 삶은 깨닫기 전에도 물긷고 나무하는 일, 깨달은 후에도 물긷고 나무하는 일을 해왔다. 다만 인식구조의 변화, 의도의 재편성, 그리고 변화된 내적 태도로 지구환경과 인간사회 환경과의 자연적이고 본질적인 건강한 관계를 맺는 눈뜬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선각자들이 이미 말해 주지 않았는가.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쓰고 남은 작은 노끈 조각 하나까지도 소중히 다루고 아끼셨다.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물건에는 각자 돌아갈 자리, 활용할 길이 있다.

선용과 활용이라는 창조적 자비심은 물건이나 물질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정신문화의 최고봉인 기존의 종교적 가르침은 물론 과학적 진보의 최고의 산물도 높은 시선으로 섭렵하고, 포용하면 새로운 가치 질서를 창조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무한한 영적 창의성을 발현시켜 준다.

 

코로나 이후, 인류의 문명, 특히 종교에 대한

인류의 인식과 태도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다.

신앙과 수행 문화가 서로 공유되면서

종교문화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와 온라인의 가속화는

인류의 종교문화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삼라만상으로 또는 각양각색의 지혜의 말씀으로 펼쳐져 있던 동서의 영적 지혜를 대소유무라는 맥락으로 연결하고 녹여내고, 일체유심조라는 우주 구성의 원리와 조화질서를 통찰했고, 통만법명일심이라는 공부의 왕도를 제시하며 성리의 구슬을 꿰어주었다.

천지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조화와 묘용이 있다. 재생가능한 모든 것을 선용[reuse, recycle, recreate, reform]할 수 있었던 대종사의 능력은 대자연으로부터 본뜬 자연의 기술이고 생명의 기술이며, 인간 삶의 총제적 문화이다. 이를 사회질서의 우두머리인 종교문화 속에서 바로 살려냈다. 이제는 우리 인류가 배우고 일상화해야 할 중요한 시대에 와 있다.

코로나 이후, 인류의 문명, 특히 종교에 대한 인류의 인식과 태도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다. 신앙과 수행 문화가 서로 공유되면서 종교문화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와 온라인의 가속화는 인류의 종교문화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라는 인류공동의 위협에 직면한 이 시점에서 어떤 종교와 신념을 가지고 있든, 지구환경 속에서 인류의 생물학적 생존과 번영을 최우선에 두고 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인류의 연대뿐 아니라 모든 생명의 종들이 다 함께 지구환경개선과 유지를 위해 신념의 조화와 실천으로 연대해 가야 한다. 자연질서의 유지가 최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종교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질서가 의미와 가치를 얻고 활용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분열되었던 가르침과 시각을 총합하고, 활용하고 선용하여 공생공영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활짝 열어젖힌 개벽한 세상에서 우리는 기쁨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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