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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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07.18 23:20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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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18
『여름휴가』
장영복 글/이혜리 그림
국민서관/ 2010년

 

일 년에 딱 한 번이라 더 기다려지는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홀가분하게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는 더 큰 실망만 부추기고 말았네요. 마스크를 벗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드는 짜릿함은 조금 더 미뤄야겠습니다. 대신 가족끼리 더 애틋하게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들만의 금쪽같은 휴가를 다녀온 『여름휴가』의 코끼리 가족들처럼요.

오늘은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동물원 휴일, 하루에 세 번씩 분수쇼를 하느라 격무에 시달리던 아빠코끼리가 모처럼 쉬는 날이죠. 친구들처럼 해수욕장에 가고 싶어하는 아기코끼리 ‘코끼’와 ‘코리’의 마음도 모른 채 아빠는 쿨쿨 잠만 잡니다. 주말만 되면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우리 시대 가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네요. 이제나저제나 아빠가 깨기만을 바라며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

잠깐, 아빠코끼리가 갑자기 숨을 안 쉬어요! 어라? 숨소리가 멈춘 듯싶더니 ‘드르렁 푸우~ 읍, 푸우~’ 내뱉은 콧바람에 그만 아기코끼리, 엄마코끼리가 차례로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어디로? 아기코끼리들이 그토록 바라던 해수욕장으로요! 아빠는 꿈속에서라도 아이들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걸까요.

아빠코끼리의 날숨에 휴가지로 순간이동 하게 된 가족들은 파도 넘기도 하고, 오징어 그네도 탔어요. 그러나 즐겁지가 않아요. 아빠의 빈자리에 금세 기운이 빠진 아기코끼리들과 엄마 코끼리는 스르르 잠이 듭니다. 셋이 함께 들이쉬는 콧바람이 어찌나 센지, 이번엔 자고 있던 아빠코끼리를 들어 올리네요! 콧바람 덕분에 드디어 온 가족이 모였으니, 이제 즐거울 일만 남았습니다.

바닷물 속에서 행복을 만끽 중인 코끼리 가족을 보고 있자니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꼭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서로에게 기댄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코끼리 가족의 뒷모습을 보며 서둘러 베란다에 텐트를 칩니다. 베란다 풀장에 물도 채워 넣고요. 떠나지 않고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여름휴가 준비 끝!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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