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술 ‘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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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술 ‘합일’
  • 김현오 교무
  • 승인 2021.07.18 23:35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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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와 영성6
과학시대의 영성김현오 교무보스턴교당
김현오
보스턴교당 ​​​​​​​교무

인간 생명의 본성이 발현되고, 회귀하는 길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두 개의 큰길로 나뉜다. 하나는 거짓을 거짓으로 보고 속지 않는 투철한 눈을 얻어 사념이 스스로 녹아나는 명상과 지혜로서 들어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 있는 보호와 사랑, 절대적 신뢰에 자신을 맡기고 놓아버리는 깊은 연대감의 형성으로, 원초적 두려움이 해소되고 사랑을 통해 들어가는 길이다. 지혜의 열쇠로 열든, 사랑의 열쇠로 열든 무슨 차별이 있으랴. 문이 열리기만 하면 무아의 세계, 합일의 세계, 무한확장의 자유의 세계가 열려 모든 생명, 영혼의 홈그라운드를 만나게 된다.

인간의 움직임의 궁극적 목적은 ‘합일’에 살고자 하는 자연적 욕구가 있다. 의식의 무한한 확장의 다른 이름인 ‘합일감’을 통해 느끼는 자유, 편안함, 온전함, 충천하는 에너지, 각양각색의 창조적 힘과 무한한 힘을 발현한다. 그래서 일원의 체성에 합하고 일원의 위력을 얻도록까지 서원하고 또 서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일감’의 충만이라는 존재의 본성 상태로의 회귀, 이 무한한 에너지 충전 상태는 고대의 조상들에게는 오히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상의 실존적 상태였다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왜 이 느낌이 그리도 멀고 낯선 걸까. 남녀의 육체적 사랑도 합일이라는 일체감의 확장에 있고, 수행자는 우주 허공법계 삼라만상과의 합일감이라는 본연의 완전한 느낌, 그 느낌이 낳는 무념·무아·절대 사랑의 상태를 위해 공들인다. 요가, 명상, 알아차림 등이 훈련 도구다.

필자는 최근 고향에 계시는 95세의 어머니를 방문했다. 아직까지 근골격계과 신경통을 호소하시는 것 말고는 크게 인지적 장애 없이 평생 살아온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자식들로서는 더 바랄 게 없고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정작 어머니로서는 어떤 자식도 이해해 줄 수 없는 자신만의 노쇠의 고통과 함께하느라 밤마다 끙끙 앓고 있음을 모시고 자면서 알게 됐다.

내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회상해보니, 어머니는 나를 많이 안아주셨다. 한참 커서도 나는 늘 어머니 품에 안겨있기를 즐겨 했다. 늘 그 품이 주는 느낌을 그리워했다. 품에 안고 이뻐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은 강한 포옹과 강력한 사랑의 느낌과 진동은 지금도 내 몸 깊숙이에서 불러낼 수 있는 파장이다. 어린 생명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생명으로 인증된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해주는 도장 같은 체험이다. 이제 그 느낌을 돌려드려야 할 시간임을 알아차렸다. 다행히 어머니가 장수해서 그 기회를 주시니 하염없이 감사하다.

어릴 적 어머니의 품 안에서 그 어떤 것도 문제 되지 않던 절대의 평안, 안전, 자유, 지극하고 완전한 사랑과 헌신, 보호, 신성의 공간을 경험했듯이 이제는 어머니에게 안식, 절대적 보호와 사랑, 신뢰의 품이 되어 에고의 깊은 장애가 해방되고 사랑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 안식과 평온이 신체적 감각으로 연습 되기를 기도한다.

어머니를 품에 안고 사랑과 감사와 존경으로 다독인다. 편안한 안녕감에 어머니는 잠시나마 심신의 고통과 사념이 사라진 듯 “좋다! 좋다!” 하시며 “내가 이렇게 살았을 때 행복하게 해 주었으니 이제 내 죽으면 그 멀리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더 바라지 않는 마음, 그치는 마음, 모든 것을 수용하고 느슨해진 마음, 이 상태를 교감하며 어머니와 함께 잠든다.

모든 인간은 지혜의 길을 통해서든, 사랑의 길을 통해서든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지속하며 성장하고 싶어한다. 찰나와 같은 어머니와의 재회의 순간이었지만, 머지않은 그 날이 오면 이 순간의 진동이 어머니의 몸에 잘 기억되어 합일의 안정감과 보호의 기운을 충만히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떠나왔다.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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