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요경] 도깨비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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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도깨비방망이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08.30 21:37
  • 호수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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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9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어린 시절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은 온갖 과자가 담긴 종합과자 선물세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금 나와라 뚝딱하면 금이 나오고 은 나와라 뚝딱하면 은이 나온다는 도깨비방망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 비록 그것이 꾸민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어린 마음의 한구석에선 도깨비방망이가 생기면 제일 먼저 방안을 온통 종합과자 선물세트로 채우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최근 자산가치의 폭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스스로 벼락 거지라 칭하며 부동산 블루와 같은 우울증을 겪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어쩌면 어린 시절의 도깨비방망이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바랄지도 모르겠다.

『금강경』 8장에서 부처는 수보리에게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가득한 칠보(七寶)로 보시를 한다면 그 복덕이 과연 많다고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에 수보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 복덕이 심히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복덕은 복덕성(福德性)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수보리가 복덕이 심히 많다고 대답한 것은 그 복덕이 무한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많다고 할 정도밖에 안 된다’라는 한계의 뜻을 담고 있다. 삼천대천세계에 쌓아놓은 칠보 보시라 할지라도 그것은 언젠가 다할 날이 있는 유한한 것이다. 수보리는 이러한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복덕은 곧 복덕성이 아니라고 명료하게 대답한다. 복덕성은 복덕이 나올 수 있는 근원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같은 의미에서 대종사는 큰 우주의 본가를 말씀하며 그 가운데 무궁한 묘리와 무궁한 보물과 무궁한 조화가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 있다고 말씀한다. (<대종경> 불지품 20장)

어느 날 한 아버지가 아들 셋에게 여의주를 하나씩 주면서 한 가지 소원을 빌면 이뤄준다고 했다. 첫째 아들은 집 몇 채가 생기기를 빌었고, 둘째 아들은 금은보화가 많기를 빌었다.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은 이와 똑같은 여의주가 쏟아져 나오기를 빌었다고 한다. 이 예화는 복덕을 구하는 것과 복덕성을 기르는 것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좌산상사는 “복덕성을 기르는 것은 도깨비방망이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복덕성을 갖추었다는 말은 여의주를 얻은 것이니 거기에서 무한한 복덕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한다. 따라서 부처는 복덕성을 기르는 것이 삼천대천세계에 쌓아놓은 칠보 보시보다 오히려 승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복덕성을 길러서 도깨비방망이를 얻을 수 있을까?

정산종사는 “도깨비는 부자 방망이를 가지고 있다 하는데 그 부자 방망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곧 여러분 각자의 마음이다. 우리가 이 마음만 잘 찾아 이용하고 보면 곧 부자 방망이를 얻은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모든 성현은 이 마음을 잘 찾아 잘 이용하였으므로 여의주를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마음을 잘 찾아서 잘 이용하자. 그러면 바로 부자 방망이를 얻은 것이 될 것이다.”(『한울안한이치에』, 1.마음공부 24절)라고 말씀한다.

정산종사가 말씀한 ‘이 마음’이란 『금강경』 8장에 따르면 무유정법(無有定法)에 바탕한 마음으로 부처는 일체 경전과 성현까지도 여기에 의지해서 나온다고 설파한다.

현실에서 도깨비방망이나 여의주를 원하는 사람은 대체로 당장 눈앞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조바심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금강경』 8장의 말씀을 살펴보면 우리가 영생과 인과의 이치를 생각해볼 때 과연 영생의 벼락 거지를 면하기 위해 마땅히 무엇을 기르고 갖춰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여의보주가 따로 없나니, 마음에 욕심을 떼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자유자재하고 보면 그것이 곧 여의보주니라.”(<대종경> 요훈품 13장)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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