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총부 이제 걸음마 … 조금 더디더라도 현지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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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총부 이제 걸음마 … 조금 더디더라도 현지에 맞게
  • 한울안신문
  • 승인 2021.09.08 01:40
  • 호수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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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자치교헌 이끈 사영인 교정원 국제부장
미국총부 출범, 미국종법사 추대의 교단사적 의미

 

원불교는 세계교화의 꿈을 안고 미국에서 교화를 펼친 지 54년 만에 올해 1월 13일 죽산 황도국 종사(69·출가위)를 초대 미국종법사로 임명했다. 전산종법사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죽산 미국종법사는 오는 9월 12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간) 원다르마센터에서 추대식을 갖는다. 죽산 미국종법사 추대는 미국자치교헌에 바탕해 올해 출범한 미국총부가 세계결복교운을 열어가는 구심점이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죽산 미국종법사 추대식은 최소한의 인원(약 100명)으로 치러진다. 국내는 9월 13일 오전 5시 유튜브 생방송으로 방영하고, 같은 날 오후 7시 WBS원음방송에서 실황중계 한다.

이에 국제교화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사영인 교정원 국제부장을 만나 미국종법사 추대와 미국총부 출범의 의미를 짚었다.

 

미국종법사 추대는 교단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미국총부는 교단의 첫 국외총부 출범이고, 미국종법사 추대는 첫 해외종법사 제도 실현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대산종사의 하나의 세계 건설이 해외종법사 제도로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중요한 기점이다.”

그는 스승의 오랜 염원과 국내외 재가출가 교도들의 수많은 논의를 통해 출범한 미국총부가 현지에 맞게 제도와 교법을 안착시키고, 중앙총부는 세계총부로 가는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근거로 “대종사께서 금강산에 세계 종교 본부를 설치한다고 하셨으니 한국에는 중앙 종법사를 두고 각국에는 종법사를 두어 관할하되 3년에 한 번씩 한국에 와 회의를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는 정산종사의 유시(대산종사수필법문, 원기61년 3월 20일)를 제시했다.

 

미국종법사 추대식을 간략하게 안내한다면?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많은 이들과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함께 축하해 줬으면 한다. 주요 내용은 중앙총부 전산종법사가 온라인 영상으로 종법사장과 법장을 죽산 미국종법사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에서 제작한 미국종법사장을 미국총부 교의회의장(호산 최흥천, 마이애미교당)이 죽산 미국종법사에게 전달한다. 미국원불교의 주법으로서 주재하게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다. 주요 식순으로는 전산종법사 치사, 미국총부 교의회의장 추대사, 죽산 미국종법사 설법 등으로 이뤄진다.”

 

미국총부 자치교헌에 밝힌 교화단관리본부 체제의 숨은 뜻은?

“미국총부의 운영 방향은 이단치교(以團治敎)다. 미국종법사와 미국수위단, 미국교화단이 미국총부의 중심이 돼, 재가출가가 공의로 운영해 가겠다는 것이 미국자치교헌(교화단관리본부 체제)의 요지다. 행정을 최소화해서 각 교당이나 교구가 현지에 맞게 공부와 사업을 자율로 운영하면 된다. 예를 들어 교당을 인가받는 것도 기존처럼 건물(법당)을 먼저 갖추기보다 특신급 정도의 9인 단원이 모여지면 교당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 위주의 교화를 하겠다고 하면 교당 설립 규정을 그렇게 만들면 된다. 굉장히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미국총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다. 그래서 미국수위단원 선거도 충분히 학습한 뒤에 치르자고 해서 원기109년까지 3년을 유예시켰다. 현재는 미국종법사 보좌회의를 구성해 그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자치교헌에 바탕한 미국교화의 큰 바람은?

“해외교화를 해보면 우리 교법이 광대하고 원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교법을 전달하는 방법이나 형식은 그 지역과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야 한다. 출가자 양성도 이제는 한국식이 아니라 현지에 맞게 양성해야 한다. 현지인 재가교무가 양성돼야 교법의 현지화도 가능하다. 올해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원불교학과에서 현지인 22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재가교무를 서원하거나 관심 있는 현지인 교도들이다.”

 

중앙총부와 미국총부는 향후 어떤 관계로 상생해 갈 수 있을까?

“우선 미국총부는 체제가 안정기에 들어야 하고, 한국의 중앙총부는 세계총부로서 역할과 위상을 갖출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이뤄졌을 때 미국총부와 중앙총부의 상생관계가 된다. 또 하나는 미국총부가 세계교화의 거점지가 돼야 한다. 미국에서 부는 명상 붐을 보더라도 원불교 교법(무시선법, 단전주선, 무시선 등)을 대중화하는 데 훨씬 많은 장점이 있다. 교법의 시대화·대중화가 미국에서 붐이 일어나야 세계화가 된다. 중앙총부는 원불교의 정통성과 창립정신이 살아있는 마음의 고향이 되고, 미국총부는 세계교화의 거점이 돼 미국총부로 인해 중앙총부가 세계총부로 성장해 가야 한다. 자력을 목표로 하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일정 기간 협력해야 할 것이다.”

 

 

향후 유럽 등 국외총부 설립에 대한 국제부의 계획은?

“우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총부도 50년이 걸렸다. 유럽총부 구상을 원기145년(교단4대 말)으로 본다면, 앞으로 39년 동안 유럽에 원불교가 들어가지 않은 국가(21개국)에 교당이 설립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총부가 교화단관리본부 체제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국외총부 모델이 되어 공부와 사업을 이끌어 줘야 한다. 미국총부가 현지에 맞게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에 따라 유럽총부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교법의 현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올해 1월 미국총부가 출범함에 따라, 9월 29일 중앙총부 정수위단원 보궐선거에 미국총부 재가출가 교도들의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법리적 해석을 부탁한다.

“미국총부 교무들의 요청도 있고 해서 교정원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여러 방법을 찾아봤지만, 미국총부는 원기106년 1월 1일자로 자치교헌을 부여받았다. 이번 요청은 자치교헌을 제정해 미국총부를 분리시킨 본의와 맞지 않다. 미국총부는 현재 자체 수위단제도를 만드는 권한을 이양 받았다. 이번 정수위단원 보궐선거가 교단 비상사태로 이뤄지는 특별선거라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미국총부는 이제야 교화단관리본부, 종법사보좌회의, 미국교의회를 구성하고 미국종법사 추대식을 앞두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앙총부도 역시 세계총부로 가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아직 법제가 마련되지 못했다. 서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니 현실에 대한 입장을 이해해 달라. 아쉽고 미안하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불교 미국자치교헌의 본의가 잘 실현돼야 한다. 세계교화 경륜을 실현하는 것은 미국총부다. 미국자치교헌을 준비하며 미국총부의 출발점에 대해 2년 동안 고민한 것이 ‘이소성대’의 창립정신이다. 교단적으로 볼 때 위대한 도전이고 여정이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본의를 잘 살렸으면 한다.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려와 염려도 있다. 그래서 자치교헌 백서를 준비하며 그동안 수십 차례 가졌던 공청회와 세미나 토론에서 나왔던 스승님들의 우려와 대중의 염려까지 다 담아내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총부 출범의 긍정적 방향을 세계교화의 기치를 발휘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해외 교당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교무·교도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하다. 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국내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면 좋겠다.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운 해외교당을 부모의 마음처럼 살펴주는 분들이 있다. 갑종거진출진단(삼삼회), 보은회, 세계봉공재단, (사)한울안운동,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함께하는사람들, 청수나눔회, 하노이교화후원회, 새삶회, 국제사업회 등 해외교화의 동력이 되어주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9월 12일 죽산 황도국 미국종법사 추대식을 마치고 오는 17일에는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이안봉불식이 진행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학교 관계자와 추대식에 참석한 한국 관계자들만 참여한다.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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