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화단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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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화단 열망
  • 허인성 교도
  • 승인 2021.09.14 14:53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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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화8

 

최근 전국에 있는 백수십 명의 재가교도들이 교당을 넘어 카톡 채팅방이나 밴드를 통해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교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교당 법회 개선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견성에 대한 토론도 열심히 이뤄진다. 그중 내가 참여하고 있는 밴드에서는 디지털 교화단 열망이 대단하다. 이름은 ‘예비 거진출진교화단’이라고 지었는데 교단의 정식단체는 아니니 ‘예비’라고 붙였다. SNS상의 자발적인 모임인데 교단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인 구성원들은 그 용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여기 모인 교도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한 분이 초대해서 모이게 되었지만 일단 모인 후에 다른 분도 몇 분 더 초대해서 현재는 13명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줌을 통해 단회를 하고 있으며, 10명 정도 참여해서 2~3시간 열띤 회화를 진행한다. 회화 주제는 일주일 동안 다루고 싶은 주제를 각자 밴드에 올리고, 시간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정한다. 회화 후에는 회의록을 작성하여 외부에 공개한다. 밴드는 폐쇄형 SNS여서 소통의 목적으로, 네이버 카페는 누구나 접근하여 볼 수 있는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벌써 단회를 4회 진행했는데 회화주제가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2시간이 훌쩍 넘어가도록 많은 지견이 교환된다.

지난주 회화 주제 중에는 ‘생사 자유’에 대한 경험담이 있었는데 실로 다양한 경험이 나왔다. 죽음의 고비에서 최후일념을 챙긴 경험은 실로 놀라웠으며, 다행히 살아서 이렇게 지금 회화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일요법회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으며, 교화도 안 되고, 깨달음도 얻을 수 없는 현재의 법회를 이대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도 했다. 교무와 교도들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깨달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세세하게 지도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교도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당의 울을 벗어나야 한다 등등이 그것이다. 회의록은 ‘예비 거진출진교화단’ 네이버 카페에 공개가 되어있으니 누구나 볼 수 있다.

새로운 교도들이 모인 것은 아니다. 교당 회장을 역임한 분도 있고, 법강항마위 법사도 있다. 누구나 서로 법열에 불타오르며 서로의 지견을 교환한다. 이처럼 열띤 회화를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연세가 많아도 줌으로 만나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 직접 만나거나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이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다.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엄청 어린 편임에도 내 의견에 공감하고 칭찬, 반론, 질문도 가득 해준다. 경청하지 않으면 줄 수 없는 선물이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분들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만난 우리는 디지털 교화단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자발적이며, 공부심으로 이어진 모임이라 의미가 더 크다. 이제 우리는 ‘예비 거진출진교화단 규약’을 만들어 정식으로 모임을 발전시킬 것이다. 유지비도 거둘 것이며, 오프라인 훈련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델을 확장해서 각자가 십인일단의 단장이 되어갈 것이다. 여기에서 단장은 지도하는 사람보다는 퍼실리테이터(교화단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돕는 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각자 소속된 교당의 교도로서 의무도 다할 분들이다.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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