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먼저 다가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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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먼저 다가가도 괜찮아”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09.14 14:56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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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20
『알사탕』
백희나, 책읽는곰, 2017년

 

동동이는 늘 그렇듯 오늘도 혼자 구슬치기를 하며 놉니다. 저만치 떨어져 공을 차는 친구들 틈에 끼어서 놀 법도 한데, 먼저 다가갈 생각은 없어 보여요. 네, 먼저 말을 거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동동이는 그저 “만날 자기들끼리만 논다”는 푸념을 내뱉으며 마음에 선을 긋기 바쁩니다.

그러다 갑자기 새 구슬이 필요하다며 문방구로 향하는 동동이. 구슬인 줄 알고 집은 사탕 한 봉지에 금세 마음을 빼앗겨요. 크기도 색깔도 제각각인 여섯 개의 알사탕이 어딘지 모르게 친숙했기 때문입니다.

동동이는 그중에서 가장 낯익은 무늬의 사탕을 먼저 입에 넣었어요. 박하 향이 너무 진해 귀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가 싶더니 이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동동…동동아, 나는 소파…너희 집 소파… 리모컨 내 옆구리에 껴. 너무 결려. 아파…” 맙소사! 소파가 말을 하다니요! 소파의 속마음이 들리다니요!

놀랍고도 당황스러운 하소연을 늘어놓은 ‘소파 무늬 알사탕’을 시작으로 나머지 알사탕들도 줄줄이 동동이에게 다른 존재들의 속마음을 들려줍니다. 8년째 함께 사는 강아지가 밝히는 뜻밖의 고충과 잔소리 대마왕인 아빠의 진짜 속마음, 돌아가신 할머니의 반가운 안부, 그리고 저물어 가는 가을의 끝인사까지.

몰랐다면 모를까,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여러 마음을 알게 된 동동이는 그제야 자신이 그어놓은 마음의 선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자 이제 남은 사탕은 딱 하나! 어느새 눈앞에는 새로운 친구가 나타났어요. 하지만 웬일인지 이 ‘투명 사탕’은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마치 동동이에게 기회를 주려는 듯 말이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일까요? 동동이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합니다. 그러고는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을 말을 친구에게 건네죠. 알사탕처럼 달콤한, 그리하여 언제 들어도 좋을 동동이의 한마디를 가만히 따라 해 봅니다. 먼저 다가가는 용기는 어른에게도 가끔 필요하니까요.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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