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감수성up] 우리는 플라스틱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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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우리는 플라스틱을 입는다
  • 이태은 교도
  • 승인 2021.09.14 15:01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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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KBS2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화면 캡쳐. 

 

새 옷을 안 산 지 3년쯤 됐다. “작년에 돌아가신 녹색평론 대표 김종철 선생님이 어느 강연에서인가 16세 소녀가 평생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라는 질문 이후였던 것 같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두고 한 말이었다.

올여름 구제 옷 매장에서 셔츠 2장을 샀다. 옷장 정리가 필요한 계절이면 친구가 보내오는 옷은 나와 나의 지인들에 의해 재사용된다. 친구와 취향이 맞아 무난한 패션을 유지하지만, 꽃무늬 코트나 투머치한 패션의 옷들은 몇 년간 옷장에 묵혔다가 아름다운가게나 의류함으로 향한다.

마찰에 강하고 구김이 없어 환영받았던 합성섬유의 대명사 폴리에스테르는 석유가 원료다. 폴리에스테르는 공정 과정에서 페트병이 되기도 하고 멋진 옷으로도 변신한다. 그러니 빨래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선과 소금, 해조류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회귀한다. 패션과 바꾼 위험한 인과다.

싸고 빠르게 만들어진 만큼 더 빠르게 소비하며 버려지기를 반복하는 패스트패션 합성섬유 옷들은 입고 다니기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을 떨어뜨린다. 1kg당 5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니 4인 가족이면 2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지만, 너무 작아 수거조차 할 수 없다. 100% 면으로 만든 천연섬유는 면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석유가 원료인 화학비료와 농약을 쏟아부으니 이 또한 환경을 거스르고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원인이다. 인간 존재 자체가 기후위기인 셈이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린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100년이 안 되었으니 아직 인류는 500년 분해가설을 증명하지 못했다. 플라스틱이 500년 후에라도 사라질지 알 수 없다.

70억 인구에 매년 1천억 개의 옷이 만들어진다. 시간당 1천만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3백만 벌이 버려진다. 30%는 생산되면서 버려지는 운명을 맞는다. 소위 명품의류들은 고가 의류라는 이미지를 위해 과감히 소각한다. 이름값을 위해 지구에 몹쓸 쓰레기가 더해진다.
 

 KBS2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화면 캡쳐. 


의류함에 버려진 헌 옷 중 5%는 빈티지숍이나 재활용 시장으로 향하지만 95%는 수출한다. 우리나라는 헌 옷 수출 세계 5위 국가다.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가나 등 개발도상국으로 날아간 헌 옷 중 절반이 소각된다. 세계 최대 헌 옷 시장인 가나 아크라 헌 옷 시장 주변 강은 버려진 헌 옷들로 막히고 오염되어 어류가 살지 못한다.

옷은 만드는 과정도 반환경적이다. 청바지 만드는데 사용하는 7천 리터의 물은 4인 가족 4~5일치의 양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살 수 있는 흰색 티셔츠에 들어가는 2천7백 리터의 물은 한 사람이 3년간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염색에 사용하는 염료는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어지럽힌다. 산업용 폐수 중 의류산업이 20%를 차지하고,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항공과 선박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하니 ‘옷’에 얽힌 죄과가 크다. 지난 20년 옷을 입는 인구는 2배 증가했으나 의류생산량이 5배에 이른다. 무지하게 소비하고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

“가장 멋진 옷은 이미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이다”. 친환경 아웃도어업체로 알려진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말이다. 1973년 등산 마니아 쉬나드 회장이 개발한 알루미늄 피톤으로 시작한 파타고니아는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유명하다. “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필요하지 않으면, 재킷을 사지 말라). 2011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도발적인 광고를 낸다. 첫째, 재킷 하나 만들려면 목화 생산에 물 135ℓ가 소비되는데, 45명이 하루 3컵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둘째, 재킷의 60%를 재활용 소재로 생산했지만, 이 과정에서 탄소 20파운드가 배출된다. 셋째, 재킷을 오래 입다가 버린다고 해도 3분의 2는 쓰레기다. 파타고니아가 옷을 사지 말라는 이유다. 가치 소비가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오히려 승승장구니, 아이러니다.

폐현수막을 가방으로 새활용(upcycling)한 터치포굿, 웨딩드레스와 해녀복을 새활용한 코햄체 등의 스타트업 기업과 엄마옷·친구옷·구제숍에서 순환된 옷으로 새로운 패션 가치를 더해가는 20대 소연 씨의 패션은 아름답다. 기후위기 시대, 옷 하나에도 기후 철학이 필요하다.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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