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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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라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09.29 15:02
  • 호수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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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10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경주교당에서 간사근무를 하던 시절, 대법당의 전구를 교체하는 작업을 맡게 됐다. 저 높은 곳의 전구를 어떻게 교체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법당 뒤편에 있던 사다리 하나를 발견했다. 사다리가 없을 때는 막막했던 일이 단지 사다리하나가 놓였을 뿐인데 너무나도 수월한 일이 됐다.

작업을 마치고 사다리에서 내려오려던 찰나에 법당 오른편에 걸린 소태산 대종사의 성안과 마주하게 됐다. 그 날의 어린 마음에는 “나같이 어리석은 중생이 대종사님과 같은 저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타고 올라갈 사다리만 있다면 수월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금강경』 9장에서는 ‘성문사과(聲聞四果)’ 즉 수다원(須陀洹)·사다함(斯陀含)·아나함(阿那含)·아라한(阿羅漢)이 등장한다. 대산종사는 ‘직접 부처의 법문을 듣고 경전을 볼 때 그 진리의 진락(眞樂)을 못했으나 보살 같은 지행을 가진 경지’를 성문이라 말씀한다. 그리고 성문사과란 성문들이 수행을 통해 이르는 인격의 네 단계를 이른다.

『금강경』에 의하면 ‘수다원’은 중생의 세계에서 불보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입류(入流)라고도 한다. 그러나 마음 가운데 들어갔다는 흔적이 없고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과 재색명리 가운데 있어도 거기에 물드는 바가 없는 단계까지 가야 비로소 수다원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

‘사다함’은 경계를 따라 재색명리의 마음이 한 번 일어났다 할지라도 바로 챙겨서 그 마음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해서 한 번의 왕래로 그치게 한다는 뜻으로 일왕래(一往來)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 가운데 ‘내 공부가 일왕래의 단계에 있다’라는 흔적이 없을 때 비로소 사다함이라 이름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아나함’은 그 마음 가운데 도심이 충만해서 한 생각도 머무를 곳이 없으므로 내왕조차도 없는 불래(不來)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 공부가 불래의 단계에 올라 있다’라는 흔적이 없을 때 비로소 아나함이라 이름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아라한’은 마음 가운데 간직하여 붙드는 일체의 법이 없는 경지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주체와 함을 당하는 객체가 모두 돈공(頓空)하여 다툼이 없으니 이를 무유법(無有法) 또는 무쟁삼매(無諍三昧)라 한다. 그러나 ‘내가 드디어 아라한의 단계에 이르렀다’라는 흔적이 없을 때 비로소 아라한이라 이름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하나의 인격상을 이루면서도 그러한 상마저도 없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드러내기 위해 『금강경』 9장을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이라고도 한다. 원불교에서 성문사과와 유사한 것으로 ‘법위등급(法位等級)’을 들 수 있다. 좌산상사는 수다원은 법강항마위와 같고 아라한은 출가위와 같으며 사다함과 아나한은 그 사이의 단계로 말씀한다.

법위등급은 원불교 〈정전〉의 마지막에 위치한다. 따라서 법위등급을 〈정전〉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개교의 동기를 구현하기 위한 인격의 표준이요, 일원세계를 건설하는 설계도라 할 수 있다. 한편 〈정전〉 수행편의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의 서원과 신앙심과 수행력을 측정하는 기준이요, 여래위까지 올라가는 안내도이자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할 교본이라 할 수 있다.(〈대산종사법어〉 법위편 2장)

소태산 대종사는 필자가 어린 시절 막연히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성불의 사다리조차 빈틈없이 마련해 놓았다. 후천개벽의 주세성자로서 천여래 만보살의 배출을 자신하였으니 정법회상에 들어온 우리 각자도 대종사의 뜨거운 대자대비를 느끼며 성불을 자신할 수 있어야겠다. 바로 우리 앞에 성불의 사다리가 있고 그것을 타고 오르는 방법까지도 이미 대낮같이 밝혀놓았으니 아래에서 위까지 순서 있게 오르기만 하면 된다. 하기만 하면 된다.

“급하게 서두르거나 게을리하지 말고 오로지 대종사께서 밝혀 주신 훈련법으로 법위등급에 따라 일심으로 정진하다 보면 결국 불지에 이르게 되느니라.”(대산종사)

10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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