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의 작은 냄비』 … 선택할 수 없는 것들과 공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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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작은 냄비』 … 선택할 수 없는 것들과 공존하는 법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10.16 09:04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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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작은 냄비』 
이자벨 카리에 지음/권지현 옮김/씨드북/2014년

 

학창시절부터 작은 키가 불편했습니다. 일상 곳곳에서 느끼는 불편은 그런대로 참을 만했어요. 문제는 ‘난 왜 남들보다 작을까, 왜 나만?’이라는 불만이 키운 콤플렉스.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상처받고 분개했습니다. 지금은 극복했느냐고요? 『아나톨의 작은 냄비』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게요.

어느 날 갑자기 아나톨의 머리 위로 ‘냄비’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나톨은 그날부터 빨간 냄비와 함께 생활하게 돼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달그락거리는 냄비를 달고 다녀야 할 운명이라니! 물론 아나톨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아나톨은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며 누구에게나 늘 상냥한 아이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아나톨의 냄비만 쳐다보며 그를 피하기 시작하죠. 달그락거리는 냄비 때문에 평범했던 일상이 와장창 깨져버린 아나톨은 화도 내고 친구들을 때리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냄비를 떼어내려 하지만 헛수고일 뿐, 아나톨은 냄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자 급기야 냄비 속으로 숨어 버려요.

아나톨이 사람들에게 잊혀질 무렵 누군가 아나톨에게 다가옵니다. 색깔과 크기만 다를 뿐 자신에게도 냄비가 있음을 밝힌 그는 아나톨에게 냄비를 지닌 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요. 시끄럽고 거치적거리기만 한 냄비지만, 불현듯 찾아와 앞길을 가로막는 그 냄비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아나톨을 격려해주죠.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여받은 ‘냄비’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유독 자신의 냄비만 크고 소란스럽게 느껴지죠. 제 냄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달그락 소리가 들리네요. 끌어안으면 그 소리가 더 이상 거슬리지 않는다는 걸 아나톨에게 배웠기 때문일까요. 냄비를 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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