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감정] 진리가 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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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감정] 진리가 준 경계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1.11.09 01:56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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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25
김관진 교무<br>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일 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나는 요양원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던 요양보호사 중에 탈북민 선생이 있었다.

어느 날 야간 근무일을 하러 가려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언니, 급하다고 해서 돈 50만 원을 빌려 줬는데 잊어버렸나 봐”라고 한다. 나는 그 순간 돈을 빌린 적이 있었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런 일이 없으니 잘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도 확실하게 나에게 빌려줬다고 단정했다. 나는 통화를 끊고 주민등록증과 그가 보내준 앞번호만 있는 계좌를 가지고 농협에 갔다. 확인하니 그런 계좌는 없다고 한다.

계속해서 돈 갚으라고 전화, 문자가 오고 나는 진흙탕이 되어버린 것 같은 내 마음을 보았다. 나는 그를 차별 없이 대해주고, 더 챙겨주며 교당에 같이 가서 법회도 보고 텃밭에 심은 고구마도 팔아 주기도 했는데 원망심보다는 섭섭함이 생겼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럴까’ 심란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경찰서에 가서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싶었으나 내 이름을 경찰서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거실에 걸린 법신불 일원상을 보며 기도했다 ‘이 일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나는 창문을 열고 허공에 말했다. ‘나의 본마음의 성품자리는 이렇게 텅 비어 있는데 이 가슴은 어찌 이리 진흙탕 물이 되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것인지…’ 그러기를 며칠 지나니 속상하긴 했어도 그가 밉지는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잘못 송금한 것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면 되었지… 나는 지금 그에게 감사한다. 경계에 휘둘리지 않는 나의 성품을 보게 했으니…


문답감정

상대방의 실수나 오해로 인해 시비에 들게 되었을 때 요란하고 힘든 그 마음을 잘 이겨 낸 교도님의 공부심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금전 문제는 서로의 신용관계나 자존심, 그리고 그동안 서로가 인연 되어 맺어온 믿음만큼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더 큰 원망과 시비로 확대되기 전 온전한 생각으로 허공과 같은 본래 자성에 대조하여 진리 전에 놓아 맡기는 힘이 생겨 바른 취사를 했다. 이는 공부인이 평소에 경계를 통해 안으로 끊임없이 법에 대조하고, 법을 들이대는 상시훈련의 적공의 힘이 있었기에 나타난 심법이다. 즉,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용을 삼는 무시선의 공부심이요, 시비가 없는 자리에서 체를 세우니 때가 되면 드러날 시비는 저절로 드러나는 묘유의 용 공부를 실지 경계에서 체험한 증거이다.

마음공부로 정신세력을 확장하여 지금 여기에서 낙원을 이룬 결과이다.

1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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